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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일용직 노동자도 사업장과 종속 관계였다면 근로자"

입력
2024.11.17 13:40
수정
2024.11.1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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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업체서 창문 닦기 작업 중 사망
"지시·감독 받아... 재해 책임 업체에"

한 빌딩에서 청소업체 직원들이 창문을 닦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한 빌딩에서 청소업체 직원들이 창문을 닦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시·감독을 받아 일해온 일용직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고 산업재해 급여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박정대)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부당이득 징수결정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고인은 회사에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사람이었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일용직 노동자인 A씨는 2021년 6월 한 도급업체가 수행하는 건물 외부 유리창 청소 작업에 투입됐다가 타고 있던 달비계 로프가 끊어져 약 8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A씨 가족은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고, 공단은 이를 승인해 보험급여 약 1억6,200만 원을 지급했다.

공단은 그러나 2년이 지난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 재조사 결과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됐다"며 수령 급여를 모두 반환하라고 말을 바꿨다. 산업재해보상법 적용 대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여야 하는데, 일용직 노동자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유족 측 불복으로 열린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유족 손을 들어줬다. 근로자성은 계약 형식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산업재해보상법 취지에 비춰봐도, 재해 발생 원인이 된 위험을 실질적으로 지배·통제하는 주체가 피해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마땅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도급업체가 지정한 작업 일자·시간·장소 등에 구속돼 일했고, 노무제공은 도급업체나 원청의 지시·관리하에 대체로 통제됐다"며 "수반하는 위험방지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는 자는 도급업체고, A씨는 산재보험 대상이 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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