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르포]밭에서 뽑아 김치 담그니, 양념 묻어도 싱글벙글…'6차 산업' 키우는 상하농원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9일 오후 전북 고창군 상하농원 내 무밭은 왁자지껄했다. 어린이 자녀를 둔 가족들과 체험 학습을 나온 중학생 단체 방문객 40여 명이 무밭에 들어섰다. 잎이 무성하다고 모두 알찬 무는 아니었다. 땅속에 몸통을 숨긴 채 바깥으로 살짝 내민 무의 초록색 윗부분을 허리 숙여 살펴보고 뽑으면 백발백중 두껍고 튼실했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무 크기 대결을 하면서 바로 옆 체험교실 건물로 들어갔다. 상하농원이 이날 한 달 일정으로 시작한 김장 체험 공간이었다. 수확한 무를 씻어 제자리에 선 '김장족' 앞에는 상하농원에서 준비한 배추 네 포기와 김치 양념이 놓여 있었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처럼 하얀 일회용 가운과 요리용 장갑까지 갖추니 준비 완료. 일단 섞박지로 즐기기 위해 듬성듬성 썬 무를 소금과 설탕으로 절였다. 이어 냉면 그릇 크기만 한 통에 가득 담긴 김치 양념과 배추를 갖고 김장을 시작했다. 처음엔 양념을 묻히는 정도였던 김장 초보들은 배춧잎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구석구석 바르고 있었다. 배추 네 포기와 섞박지를 모두 담근 이들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흘렀다.
양념통에 배추를 그대로 푹 넣으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가 이내 집중한 한 아이의 가운 손 끝자락 부분은 빨간 양념으로 물들어 있었다. 김장을 처음 해봤을 중학생 방문객들은 꽤 무게가 나가는 인생 첫 김치를 가볍게 들고는 싱글벙글 웃었다. 저마다 손에 쥔 5kg의 김치는 배춧값이 치솟아 김장하기 무섭다는 요즘, 4인 가족이 한 달은 먹을 양이었다.
김장 체험 강사로 나선 상하농장 김은해 발효공방장은 "상하농원 김치는 고창 내에서 나고 자란 베타배추, 천일염, 고춧가루를 사용하고 인공 조미료는 들어 있지 않다"며 "자연의 맛을 내면서도 남부식, 중부식 김치의 중간으로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상하농원에선 김장 체험 외에도 햄, 치즈, 잼 등 먹거리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열리고 있다. 상하농원이 앞세운 '6차 산업'의 한 축이다. 매일유업이 2016년 4월 문을 연 상하농원은 2004년 가동을 시작한 상하공장 옆에 있다. 9만9,173㎡(약 3만 평) 대지 위에 양·돼지·소 등을 키우는 목장, 햄·과일·빵·발효·참기름 공방으로 출발했다.
무, 배추, 고구마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수확(1차 산업)하고 가공(2차 산업)해 판매와 서비스업(3차 산업)까지 여기에서 모두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매일유업은 1차, 2차, 3차를 모두 더해 6차 산업을 키우는 곳이 상하농원이라고 설명했다.
상하농원은 방문객이 6차 산업을 경험할 수 있게 먹거리 체험을 교육 프로그램에 녹여냈다. 놀이공원, 호텔 등 흔한 여행지와 다른 곳을 찾으려는 가족 단위 손님에게 '농어촌 테마공원'으로 다가갔다. 5개의 공방도 상하농원의 주축이다. 각 공방은 농원에서 얻은 농작물, 축산물을 소시지, 참기름, 김치, 카스텔라 등으로 만들어 상품화한다.
상하농원은 국내에선 생소한 6차 산업을 도입하기 위해 일본 미에현의 모쿠모쿠 농장 사례를 배웠다. 양돈 농가로 시작한 모쿠모쿠 농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햄공장, 체험교실, 숙박시설, 식당, 온천 등을 두면서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낙후했다고 인식되던 1차 산업의 변신이었다.
상하농원도 모쿠모쿠 농장처럼 방문객이 농원 내에서 먹고 쉬며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확장하고 있다. 농원 개장 이후 2018년 호텔, 2020년 수영장과 스파, 2021년 글램핑장을 만든 데 이어 지난달 30일 5만 ㎡(약 1만5,000평) 규모의 수목원까지 열면서 '상하랜드'가 완성됐다. 치유의 숲, 팽나무 숲, 고인돌 숲으로 구성된 수목원은 상하농원을 감싸고 있는 야산에 나무 14만2,000그루를 심어 만들었다.
상하농원 관계자는 "개장 이후 140만 명이 찾은 상하농원은 자연과 사람이 공생할 수 있는 건강한 농촌, 먹거리를 지향한다"며 "수목원, 수영장, 스파를 통해 방문객이 가족 단위, 학생 등 단체 중심에서 노년층, 20·30대까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