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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요원 밥값을 다 날린다고?"... 특경비 삭감에 열받은 검사·수사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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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하게라도 받는 상황이면 몰라요. 한참 모자라서 사비까지 쓰는 와중에 트집을 잡으니 어쩌란 말입니까?"
11일 한 검찰청의 형사부 부장검사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뤄진 검찰 특정업무경비(특경비) 506억9,100만 원 전액 삭감에 분노와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과거 논란이 있었던 특수활동비(특활비)의 경우 해당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일선 검사와 수사관들에겐 사실상 '남의 얘기'였지만, 수사 실무와 밀접한 이번 특경비 삭감을 두곤 검찰 일선 인력들의 동요가 크다.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특경비는 수사, 감사, 예산, 조사 등 업무 수행을 위한 실제 경비 충당 차원에서 지급되는 돈이다. 검찰 수사관과 말단 평검사부터 지휘부까지, 수사 업무를 맡은 모든 검찰 구성원에게 매달 30만 원 이내로 정액 지급되는 개인지급분이 있다. 또 전국 검찰청 및 각 부서에 카드 형태로 지급되는 경비가 있다.
특경비의 대표적인 용처가 압수수색 등 현장에 투입된 인력의 식비라고 한다. 한 부부장검사는 "압수나 야근 때 수사관 밥값으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이동할 때 필요한 교통비 등에도 쓰인다"고 설명했다. 압수수색 현장에 진입하기 위해 열쇠공을 부르는 비용도 들어간다.
20만~30만 원 수준인 개인지급분과 '부서 법인카드' 사용분을 합쳐도 한참 모자란다는 것이 일선 검찰 구성원들의 목소리다. 복수의 평검사는 "직접수사 부서가 아니어도 소속 수사관 식사 등을 모두 챙기다 보면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을 쓰게 되는 경우가 예사"라고 말했다. 마약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간부는 "마약수사는 외부 근무가 많고, 위험성 등으로 인해 수사관 여러 명이 함께 나가는 경우가 많아 한 번 나가서 두 끼만 먹어도 10만 원은 들고 근무가 며칠씩 이어지기도 한다"면서 "최소한도로 지급되는 출장비로 감당하기 어려워 부장검사가 부서 카드를 주고, 그걸로 모자라 사비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법무부 역시 7일 법사위 예산소위에서 형사부 수사 지원과 마약수사 부분에서 특경비를 가장 많이 인상했다고 강조했다.
경비 충당 개념인 특경비는 비밀 유지 성격의 특활비와 다르다.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수사 등에 소요되는 특활비는 상세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과거부터 투명성 지적을 받아왔다. 주로 지검장 등 기관장이 쓰면서 용도를 명확히 증빙하지 않았던 탓이다.
반면 특경비는 부서별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라도 증빙 절차가 까다롭다. 주점에서 쓸 수 없고, 팀 아닌 개인 밥값으로도 쓸 수 없다. 한 평검사는 "두세 명이 같이 먹었는지를 체크하려고 커피 잔 수까지도 확인하더라"고 전했다. 개인지급분의 경우 경찰은 직급 무관 30만 원을 받는 반면, 검찰 수사관 6·7급은 27만 원, 8·9급은 25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
특경비를 전액 삭감한 민주당 측도 그 필요성에 대해선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법무부가 특경비 용처 소명 요청에 응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소명되지 않은 예산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새 원칙을 적용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법무부는 특경비 소명 자료 제출 여부가 쟁점인지를 인지하지 못했을 뿐, 시간만 주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경비가 실제 내년 예산에서 전액 삭감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찰 특활비·특경비를 전액 삭감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향후 제출되는 자료를 검토한 뒤 예결특위에서 증액 관련 법사위 동의를 구할 경우 적절히 조치하겠다"며 일부 여지를 뒀다. 민주당 일각에선 앞서 '특활비, 특경비, 업무추진비, 출장비 등에 대한 소명 여부 전체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져, 특활비 및 특경비가 되살아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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