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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원 땅, 개인 도로로 빌려 쓸 수 있나요?"… 법원 "불허 정당"

입력
2024.11.11 14:46
수정
2024.11.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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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5일 서울 중구 남산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가을단풍길을 걷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음. 이한호 기자

지난해 11월 5일 서울 중구 남산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가을단풍길을 걷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 없음. 이한호 기자

사유지 공사의 편의를 위해 공원 부지에 통로를 놓을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을 거부한 지방자치단체의 조치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강재원)는 서울 용산구 땅 주인 A씨가 서울중부공원여가센터를 상대로 낸 토지 사용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행정재산으로 사용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본 서울시의 불허가 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A씨는 2022년 8월 용산구 일대 임야를 경매로 취득한 뒤, 같은 해 11월 인근 남산공원 부지에 대한 사용허가를 신청했다. 기존 옹벽을 허물어, 자기 땅 공사를 위한 통로로 쓰겠다는 취지였다. 어차피 공부상 도로로 기재된 땅이니 자신이 통로로 사용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중부공원여가센터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해와 재해를 막고, 탄소흡수원 역할을 하기 위해 산림녹지로 보전하고 있는 땅을 사유지 개발을 위해 내주는 것은 행정재산상 목적에 위배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사익을 위한 시유지 구조·형질 변경 허가는 조례에 어긋난다고도 덧붙였다.

법원 결론도 같았다. 1심 재판부는 "해당 토지에 설치된 옹벽은 남산공원으로부터 토사가 유출돼 보도로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며 "옹벽을 철거하려는 A씨에게 토지 사용을 허가하면 공원 경사면 토사가 흘러내려 공원으로서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고 청구를 물리쳤다.

이어 "이 사건 토지가 공부상 도로로 등재돼 있다 하더라도 그 목적이나 용도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사용 허가를 해야 한다고 해석할 법·조례상 근거는 없다"며 "신청 기간(5년)과 목적 등에 비춰 보면 즉각적인 원상회복이 가능한 정도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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