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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배터리, 바이든이 약속한 보조금 깎일라 걱정...기댈 곳은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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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은 우리 기업들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예상을 깨고 당선자가 빨리 확정돼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기업들은 8년 전과 달리 선거 기간 트럼프 재선을 미리 대비했다. 11일 재계 관계자는 "관세 인상, 보조금 축소 우려도 있지만 반사이익을 누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만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직접 영향을 받는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수요 둔화를 감안해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II'가 쓰인 신차를 준비 중이다. 2022년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지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도 하이브리드차 생산이 가능하게 계획을 바꿨다.
배터리 업계도 IRA 폐지를 두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IRA 세부 조항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미국에 투자한 한국 배터리 기업이 불황 속에서도 버티는 데 큰 힘이 됐다. 3분기(7~9월)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4,660억 원, SK온은 608억 원을 각각 지원받았고 삼성SDI도 2025년 미국 공장을 다 지으면 혜택을 받을 전망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재집권 이후 상황이 불투명해졌다. 다만 업계는 IRA 폐지나 축소 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명 LG엔솔 사장은 최근 "(트럼프 집권 후) 보조금은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했고, SK온도 4일 콘퍼런스콜에서 "IRA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업계도 비슷한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IRA 정책 수혜주(州) 중 대다수가 공화당 주지사 또는 지역구 의원의 텃밭"이라며 "일자리 축소 우려 등으로 유권자가 반발할 수 있어 실제 보조금 축소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텃밭인 미국 조지아주만 봐도 한화솔루션 큐셀이 '솔라 허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고 OCI홀딩스도 미국 텍사스 현지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해 태양광 밸류체인 확장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반도체 산업은 트럼프 재집권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을 없애거나 줄일지,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도입할 수 있는지 등을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기업들은 바이든 정부가 끝나기 전 미국 투자에 따른 보조금 지급 세부 합의안이라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삼성전자(텍사스주)와 SK하이닉스(인디애나주)는 미국 정부로부터 각각 8조9,000억 원, 6,200억 원을 받기로 잠정 합의했는데 이 돈을 오롯이 수령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세부 조건은 만들지 못했다. 관세 인상 가능성이 높은데 업계 관계자는 "시장 플레이어가 몇 안 돼 대체재를 구하기 쉽지 않으니 미국이 관세를 높이면 빅테크의 반도체 구입비만 늘 것"이라며 한국 업체의 수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전업계는 북미 지역별 관세 여파 등을 살피며 생산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세탁기 관세 폭탄을 맞고 각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테네시주에 생산 거점을 만들었는데 이 라인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 다음으로 멕시코를 겨낭한 만큼 두 회사가 이곳에 마련한 TV, 모니터, 자동차 부품 공장은 어떻게든 손을 대야 할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기대가 크다. 특히 연 20조 원에 달하는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의 수주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7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 당시 협력을 강조하면서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자가 친(親)화석 연료 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미국의 특수선 MRO 발주와 함께 글로벌 선사의 유조선,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발주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준비에 나선 업종도 있다. 한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애플이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을 늘리고 있는데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중국 견제로 한국산 패널 비중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LG이노텍, 삼성전기 등 부품사들도 자율주행 산업 등 '일론 머스크'발(發) 이익을 계산 중이다.
방산업계도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유럽을 주축으로 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일본, 한국 등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고 자국 국방비도 늘릴 걸로 예상되면서다. 기업들은 유럽 수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월 루마니아와 2027년부터 K9 자주포와 K10 탄약 운반차를 납품하는 공급 계약을 했고 현대로템은 루마니아에 K2 전차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부 우려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 육군에 K9 자주포, LIG넥스원은 유도 로켓 '비궁'의 수출을 추진하는데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이 사업들이 좌초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로의 수출 통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큰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들을 인권 침해국으로 지정해 수출을 통제했는데 트럼프 2기 정부가 통제를 완화해 미국의 방산 수출이 늘면 우리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산 중형 헬기 '수리온'의 중동 수출을 추진 중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업계는 트럼프 2기에서 유가 하락을 예상하는데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 불리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1기 때 미중 무역 분쟁이 깊어지면서 정제 마진이 좋지 않았다"며 "특히 중국 내 원유 수요 침체는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기회 요인도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 석유기업은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수입처를 중동에서 미국 등으로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원전 산업을 보다 강력하게 지지하기 때문에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기업에 호재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특히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에 투자한 SK그룹과 두산에너빌리티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 지분 투자 등을 통해 SMR 주요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철강업계는 트럼프 재집권 영향이 작을 것으로 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중국 견제용으로 개정한 무역확장법에서 철강 수입품에는 관세 25%를 부과하지만 한국은 쿼터 부과국으로 분류해 연 263만 톤(t)은 관세를 면제받는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보여 쿼터제 적용 변동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측도 "미국 철강 수출량은 쿼터가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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