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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김밥 주문하고 돈 모자라 취소한 모자…대신 계산한 손님 '감동'

입력
2024.11.09 19:00
수정
2024.11.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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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한 개와 김밥 한 줄 주문한 모자
라면 조리 시작해 취소 불가
A씨, 모자 음식 함께 계산 "오지랖 걱정"

라면과 김밥.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라면과 김밥.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분식점에서 라면과 김밥을 주문한 뒤 돈이 부족해 취소하려고 한 모자를 위해 다른 손님이 음식값을 대신 내준 사연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A씨는 지난 6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어제 점심에 분식집에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사무실 앞 분식집에서 라면에 김밥 한 줄 시켜 먹고 있는데 한 어머니가 대여섯 살 정도 되는 아들과 같이 (분식집에) 들어왔다"며 "(어머니는)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면서 라면 한 개와 김밥 한 줄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때 어머니는 겉옷 주머니에서 지폐 몇 장과 동전을 꺼내면서 하나씩 셌다고 한다. A씨는 "(돈을 세더니) 갑자기 라면을 취소했다. 주방에선 라면이 이미 (조리에) 들어가서 취소가 안 된다고 했다"며 "속으로 '돈이 모자라나 보구나' 싶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고선 계산대에 가서 그분들 것도 같이 계산해 주십사 말씀을 드리고 계산하고 나왔다"며 "괜한 오지랖이었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과거 우리 엄마도 동전 세… 가슴 미어져"

그는 댓글을 통해 모자의 모습을 보니 자신의 철이 없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며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던 과거를 털어놨다. 그는 "제가 살던 곳이 섬이라 패스트푸드점이 없었다. 외가 가족행사가 있어서 어머니하고 여동생이랑 같이 (육지로) 올라가 우연히 터미널 근처에서 패스트푸드점을 보고 햄버거 하나 사달라고 졸랐다"며 "테이블에 앉아 어머니가 지갑에서 천 원짜리 몇 장과 동전을 합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50원짜리와 10원짜리를 세고 계시던 어머니가 왜 그때는 그리도 창피했는지, (저는) 괜스레 어머니한테 성내던 철부지였다"며 "(모자의 상황과) 그때의 제 상황이 같지 않지만, 문득 그때 모습이 떠올라 가슴 한편이 미어지고 애잔해진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선 A씨의 선행에 감동했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아주 착한 오지랖이다. 그런 오지랖이 많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잘하셨다. 본받고 싶다", "어린아이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 엄마는 많이 고마워할 것 같다. 멋지고 잘한 일이다", "좋은 일 했다. 언젠가 복 받을 거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A씨는 누리꾼들이 자신을 칭찬하자 "계산하기 전까지 그 어머니 감정을 더 상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몇 번이고 생각하고 고민했다"며 "전혀 멋지지 않고 오히려 그 어머니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아직도 든다"고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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