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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경주마 '마리아주' 사망 3주기,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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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마리아주, 까미야! 이기적이고 못된 인간들에 의해 희생당한 너를 오래 기억할게.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너무 미안하고,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길 기도할게."
"마리아주가 떠난 지 벌써 3년이나 되었군요. 그 이후로 바뀐 것들이 있을까요? 저도 잠시 잊고 살았지만, 다시 기억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잊혀지지 않고 기억되기를, 또 마리아주와 같은 동물들의 환경이 더 나아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7일 퇴역 경주마 '마리아주'(예명 까미)가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도중 숨진 지 3년 되는 날을 맞아 시민들이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보낸 추모사들이다. 2021년 당시 마리아주가 낙마 장면 촬영을 위해 줄에 걸려 고꾸라지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정부와 한국마사회는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 제작과 말 이력제를 약속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 둘 다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가운데 제2, 제3의 까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시민들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충남 공주시에서 상금 수억 원을 벌었던 퇴역 경주마들이 사체로 발견되거나 뼈만 앙상한 채 방치돼 있는 현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당초 가이드라인에는 기본 원칙, 촬영 시 준수사항, 동물의 종류별 유의사항을 골자로 세부 내용을 담기로 했지만 지금까지도 제작되지 않았다. 드라마 연출자, 무술감독, 마리아주 소유주 등은 모두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사건이 검찰로 송치됐고 올해 1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벌금 1,000만 원의 선고가 내려졌다. 하지만 마리아주 소유주는 이에 불복, 항소해 7일 항소심이 열렸다.
말 학대 문제가 반복의 원인으로 꼽히는 말 이력제 의무화 역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마주는 경주마에서 은퇴한 말들이 어디로 가는지 말 산업 정보 포털에 등록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퇴역 이후 정확한 용도가 파악되지 않는 '용도 미정' 비율은 연평균 10% 이상에 달하며, 실제 용도나 위치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비글구조네트워크, 동물자유연대 등 16개 단체로 구성된 ‘말 복지 수립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마리아주 사망 3주기를 맞아 경기 과천시 한국마사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까미를 추모하는 행사를 개최하는 한편 공주시 퇴역마 학대 방치 사건에 대해 한국마사회의 책임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지난 5년간 한해 평균 1,300여 마리 경주마가 은퇴하고 있지만 정책적 지원 속에 경주용으로 끊임없이 말들이 생산되고 있다"며 "퇴역마 절반은 죽어나가고 수십, 수백 마리의 말들은 행방조차 추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연합에서는 모든 말에 대해 말 여권을 지녀야 한다"며 "국내에서도 말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전 생애주기를 관리할 수 있도록 모든 말에 대한 이력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현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경주마에서 승용마로 전환된 '천지의빛'의 경우 부상으로 마사회를 통해 재활프로그램을 지원 받았지만 결국 공주시 말 방치 학대 현장에서 발견됐다"며 "이제라도 마사회와 정부가 책임지고 말 복지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서 본보(10월 31일)에 대해 설명자료를 내고 "올해 연말까지 말 이력제 강화 등 복지 사각지대 최소화 방안과 말 생애주기별 복지 지원 체계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말 복지 제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농식품부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말 이력제 도입을 위해 내년에는 연구용역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말 산업 육성 지원사업, 마사회의 경주마 복지지원 사업을 지원하려면 마주들이 이력관리를 현행화시켜야 한다"며 "정부 재정과 복지지원에만 올해 27억 원이 투입되는 등 예산도 늘려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출연동물 보호 가이드라인 제작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말 용도별 복지 가이드라인을 제작할 예정"이라며 "이 가운데 미디어 출연용 가이드라인도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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