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다단계 사기' 방조한 IDS홀딩스 사내 변호사, 1심서 실형

"미필적 범행 인식... 3000억 피해 입혀"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원들이 2017년 12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 뇌물죄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리는 금융다단계업체 IDS홀딩스의 사기 범행 정황을 알면서도 이를 두둔하는 강연을 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내 고문변호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구창규 판사는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A씨에게 6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가로서 사회 질서 유지에 노력해야 하는데 법원 판결을 임의로 곡해해서 3,000억 원의 피해를 입혀 범행 방법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IDS홀딩스 김성훈 전 대표의 변호인이자 사내 고문변호사였던 A씨는 2016년 4~8월 투자자와 지점장들을 상대로 김 전 대표를 옹호하는 강연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대표는 이보다 앞선 같은 해 2월 이른바 '다단계 방식' 사기를 친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이미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였다.

재판에서 A씨는 "당시엔 IDS홀딩스 사업 실체가 있다고 인식해 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강연에서 김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판결문을 왜곡했다"며 "피해자들로 하여금 자금을 제공하도록 하는 데 기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당시 항소심은 상세한 논증을 담아 유죄 판결해,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나마 김 전 대표의 기망행위를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피고인의 행동은 변호인으로서 단순 변론이 아니라 1차 사건 이후 추가 범행 과정에서 김 전 대표 사업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1월~2014년 8월 높은 이자율과 원금 보장을 앞세워 투자금 733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2016년 8월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이후 유사 방식으로 2011년 11월~2016년 9월 투자자 1만207명을 속여 1조960억 원을 챙긴 혐의로 추가 기소돼, 2017년 12월 징역 15년이 추가됐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