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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미술관 랜드마크' 만들기... 왜 외국 건축가들에게 설계 몰아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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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간송미술관(최문규 건축가), 경기 화성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평화기념관(마리오 보타 건축가), 인천시 중구 국립인천해양박물관(디앤비 건축사사무소), 서울 금천구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 서울 중구 서울영화센터(매스스터디 건축사사무소)...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개관을 했거나 개관을 앞두고 있는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들이다. 미술관이 새로운 문화 여가공간으로 떠오르면서 미술관 신축과 리노베이션을 위한 설계 공모가 봇물을 이루며 국내외 건축가들이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미술관 건축의 시대'라 부를 만하다. 다만 미술관의 역사문화적 맥락보다 해외 건축가의 명망에 의존한 건축이 성행하면서 문화 공공재로서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는 미술관 건축 과정에서 흰색으로 칠한 벽면과 간결한 큐브 형태의 전시관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요즘은 미술관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체험을 중시한다. 미술관 자체가 관광 명소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미술관이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화이트 큐브(white cube·정형화된 전시공간)'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며 "국내 미술관도 점점 여가 영위 공간이라는 맥락을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가에게 미술관 설계는 평생 한 번은 꼭 맡고 싶어 하는 프로젝트다. 공간 구성과 조명, 동선으로 미술관의 기능을 풀어내는 동시에 디자인 특색과 개성을 드러내 그 자체가 예술적 성취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미술관 설계 공모에 여러 차례 참여한 한 건축가는 "관람자 편의와 함께 예술성이 가미된 미술관과 박물관은 현대 건축의 꽃"이라며 "다른 건축물 설계에 비해 설계비가 높은 편이지만 설계 공모 참여율이 높은 이유"라고 했다.
주요 미술관, 박물관의 골격을 주로 외국인들이 만든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미술관인 이응노미술관(로랑 보두앵), 제주 본태 박물관(안도 다다오), 리움미술관(마리오보타·장 누벨·렘 쿨하스), 아모레퍼시픽미술관(데이비드 치퍼필드), 서리풀개방형수장고(헤르조그 앤 드뫼롱), 솔올미술관(리처드 마이어)의 설계 기회가 대부분 외국 건축 거장에게 돌아갔다. 일부 건축물은 개관 전후로 많은 화제성을 뿌렸지만 건축가의 명망에 비해 도시 경관과의 조화, 지역 문화 육성의 측면에서 이렇다 할 강점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일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한국의 유명 건축물은 거의 외국인 건축가의 작품"이라며 "외국인에게 자유로운 건축물을 지을 기회를 주면서 지역 맥락을 아는 한국 건축가에게 안 준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올해 초 리노베이션 계획을 발표한 서울시립미술관부터 현재 설계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인 세종 '국립민속박물관' 등 공공 미술관의 윤곽에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건축가는 "미술관이 문화 공간으로서 도시에 어떤 맥락을 부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해외 스타 건축가의 명성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공공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라도 국내 건축가들이 비전과 가능성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늘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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