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살해하고도 "난 촉법소년" 큰소리치더니...'법정 최고형'

놀이터 소음에 짜증 낸 아들
모친의 "남 배려하라" 질책에
이성 잃고 흉기로 20회 찔러
대법원, 징역 20년 판결 확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자신을 꾸중한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10대가 소년범에 대한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15)군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31일 확정했다.

A군은 중학교 2학년생이던 지난해 10월 1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 B(47)씨를 흉기로 20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당시 A군은 아파트 단지에 있는 놀이터에서 소음이 들리자 짜증을 내며 불쾌감을 보였다. 급기야 A군은 경찰에 소음 피해를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지켜본 B씨는 "명절 연휴라 (방문객이) 놀러 온 것이고 가끔 있는 일인데, 왜 남을 배려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느냐"는 취지로 A군을 꾸짖었다고 한다.

엄마의 질책을 받은 A군은 이성을 잃고 범행을 저질렀다. A군은 평소에도 모친이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고, 잔소리가 심했다며 피해의식 및 적대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이후 정신감정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 A군은 다른 가족에게 "촉법소년(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10세 이상~14세 미만)이라 빨간 줄(전과)이 안 그어진다" "정신감정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성 장애의 일종)이나 심신미약 판정을 받으면 감형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으로 지난 3월에 열린 1심에서 배심원 9명 전원은 A군이 유죄라는 의견을 냈고, 재판부는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장애인 활동 보조사로 일하며 피고인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었지만, 피고인은 범행과 관련해 반성하지 않고 있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심신상실 내지 심신미약으로 인정될 정도의 증거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감형 이유도 없다고 판단했다. A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 및 상고했으나 2심과 대법원에서 잇달아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