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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만큼 무섭지만… '약물운전' 검사 거부 처벌 없고, 걸려도 '솜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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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8중 추돌 사고를 낸 20대 무면허 운전자가 사고 당일 신경안정제까지 복용했다고 경찰에 진술하면서 '약물운전' 논란이 커지고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행인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이른바 '롤스로이스 사건' 등 약물운전 사고가 계속되는데 음주운전과 달리 단속이 여의치 않는 등 근절 방안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2일 오후 1시 40분쯤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강남구 역삼동 국기원입구사거리 인근에서 차량 7대를 잇따라 친 혐의를 받는 운전자 김모씨는 경찰에 "불면증 탓에 (사고 당일)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이 사고보다 40분 정도 앞선 오후 1시쯤에도 송파구 거여동 한 이면도로에서 4세 아이와 함께 가던 30대 여성을 차로 치고 달아난 혐의도 받는다. 다행히 피해 여성은 가벼운 부상에 그쳤다. 경찰 관계자는 "면허가 있었는데 취소 혹은 정지된 게 아니라 아예 없었다"며 "약물운전인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가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자동차가 순식간에 '도로 위 흉기'로 변하는 약물운전의 심각성은 크다. 지난해 8월 신모(29)씨가 강남구에서 피부 미용 시술을 빙자해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 등을 투약한 뒤 차량을 운전하다 행인을 쳐 숨지게 한 롤스로이스 사건이 대표적이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는 2019년 57건에서 지난해 121명으로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도 9월까지 90건이나 발생했다.
도로교통법상 약물 투약 후 정상 운전이 불가능할 우려가 있는데도 운전대를 잡는 건 불법이다. '약물'의 범위엔 마약류, 대마는 물론 수면제로 주로 쓰이는 졸피뎀, 신경안정제 계열인 디아제팜 등 향정신성의약품도 포함된다. 약효가 퍼지면 졸음이 쏟아지고 인지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약물운전 빈도가 높아지자 경찰은 마약 성분을 검출하는 '간이 시약기'를 현장에 도입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음주운전과 달리 약물운전은 경찰이 단속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 탓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경찰의 음주 측정에 응하지 않으면 1년 이상~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약물운전 의심자에게 적용되는 법 조항은 따로 없다. 경찰의 간이 시약 검사를 운전자가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정식 검사를 진행하려면 경찰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경찰의 약물 단속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한 달째 계류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약물운전이 잦아져 현장에서도 주시하지만 예방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처벌 수위도 낮은 편이다. 얼마 전 대전에서 졸피뎀을 먹고 90m를 무면허 운전하다 차량 네 대를 친 20대 A씨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이례적인 사례다. A씨는 △음주운전 3범으로 이미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고 △남의 차를 몰래 끌었으며 △음주운전 집행유예 기간에 또 사고를 낸 경우였다. 올해 5월 B씨는 졸피뎀을 먹고 운전하다 다른 차와 부딪혀 위험운전치상죄·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에 그쳤다. 2022년 10월 수면제를 복용한 채 운전하다 신호대기 정차 중인 차를 들이받은 C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약물운전에도 음주운전에 준하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 교수(마약퇴치연구소장)는 "알코올은 일정 농도가 나오면 면허 정지, 취소 등 처분 규정이 있는 반면 약물운전 규제는 당국이 손을 놓고 있다"면서 "외국처럼 특정 약을 먹으면 24시간 또는 48시간 운전을 금지하는 등 구체적 조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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