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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尹 공천 개입 정황에 침묵... "대통령 결단 필요할 수도"

입력
2024.10.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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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 정확한 상황 파악 나선 듯
친한계 "핵폭탄이 터졌다" 우려 기류
민주당 정략적 의도 등 대응 방안 고민
대통령실 입장 변화에 당 대응 달라질 수도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3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말을 아꼈다. 그간 김건희 여사 문제로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웠지만, 사안의 진행 상황에 따라 여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 온 한 대표 입장에서는 일단 여론을 예의주시하면서 당정 간 대응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간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개입을 의심케 하는 통화 내용 공개 이후 쏟아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한지아 수석대변인도 당 대변인단에 "상황을 파악 중이다. 말을 최대한 아껴달라"며 신중한 대응을 당부했고, 이날 오후까지 당 대변인단 차원에서 관련 논평은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실제 한 수석대변인 언급처럼 당 내부에서는 정확한 전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섣불리 대응에 나섰다가는 되레 역풍만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됐다. 한 친한동훈(친한)계 핵심 의원은 이날 "우선 여론 추이 등 돌아가는 상황을 봐야 한다"며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돼야 수습을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간 당정갈등으로 골이 깊어진 대통령실과 원활하지 않은 소통도 대응을 더 어렵게 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당의 한 관계자는 "사안의 전체 실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눈이 내릴 때 쓸면 또 쌓일 수밖에 없다. 다 쏟아질 때까지 기다려야지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친한계 한 당직자는 "핵폭탄이 터졌다. 특별감찰관까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는데, 방어하기 힘든 일이 터져 정말 큰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향한 아쉬움도 묻어 나왔다. 김 여사와 관련한 한 대표의 3대 요구(△대통령실 인사 쇄신 △활동 중단 △관련 의혹 해명)를 윤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받았다면 그나마 후폭풍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이 당직자는 "대통령실의 잘못된 대응이 일을 키우고 있다"며 "이제 민주당의 김 여사 특검법 공세를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확한 상황 파악이 우선이지만, 향후 대응 방안을 둘러싼 한 대표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내부적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분열됐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일단 민주당의 정략적 의도에 말리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실제 당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녹취록을 공개한 의도가 11월 두 번의 1심 재판을 앞둔 이재명 대표의 거취와 무관치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 대표도 당정 간 화합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느냐"며 "그간의 갈등은 일단 접고 대통령실과 긴밀한 협의에 나서는 게 우선이고 한 대표나 용산도 그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공멸로 가는 길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국민 여론이다. 대통령실이 지금과 같은 스탠스를 계속 유지할 경우, "민심을 따르겠다"는 한 대표의 선택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당에서는 윤 대통령의 직접 해명 등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요구가 뒤따를 수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명씨와 관련한 대통령실 해명이 신뢰를 잃게 된 것 아니냐"며 "윤 대통령 본인이 직접 해명할 건 해명하고 책임질 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당정이 이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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