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36주 낙태' 첫 내원 때 제왕절개까지 끝... 경찰 "태아는 사망 직전까지 건강"

입력
2024.10.31 15:55
수정
2024.10.31 16:45
구독

병원 방문 당일에 속전속결로 이뤄져
출산 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해 사망
경찰, 의료진 구속영장 재신청 검토 중

한 유튜버가 올린 36주 낙태 후기 영상. 유튜브 캡처

한 유튜버가 올린 36주 낙태 후기 영상. 유튜브 캡처


"(사람들은) '임신 36주 브이로그'라고 하는데, 저는 이걸 낙태 살인사건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서울경찰청 수사팀 관계자)

임신 36주 차 태아를 임신중지(낙태)한 뒤 이를 브이로그(일상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게시한 사건에서, 산모가 병원을 찾아간 당일 △진료 △수술 가격 협의 △제왕절개 수술이 '원스톱'으로 진행된 사실이 확인됐다. 아이는 제왕절개를 통해 정상적으로 태어났음에도 방치 끝에 수술 당일 숨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런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모와 병원 관계자들의 '살인죄'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는 중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31일 "여러 객관적, 정황적 증거와 진술, 의료 감정 결과 등을 봤을 때 태아가 정상적으로 출생했으나 의료진의 방치로 사망에 이르렀다"며 "분만 이후 필수로 이뤄져야 하는 의료 행위나 테스트 역시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원래 아기가 태어나면 의료진이 신생아의 피부색, 맥박, 호흡, 자극반응 등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이 사건 의료진은 갓 태어난 신생아의 몸을 천으로 감싸 체온을 유지하는 등 어떠한 의료 조치도 하지 않은 채로 방치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에 따르면 20대 산모 A씨는 수술 직전 초진 병원 2곳에서 진료를 받았고, 기록상 36주 차였던 태아는 건강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도 이런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여러 차례 낙태를 거절당한 A씨는 6월 25일 인터넷을 통해 접촉한 브로커의 소개로 찾아간 수도권 소재의 병원에서 진료부터 수술비 협의와 입금까지 마쳤다. 몇 시간 뒤 태아는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산모 몸 밖으로 나왔으며, 방치된 끝에 수술 당일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시신은 병원 냉동고에서 수일간 보관되다 화장 대행업자에게 넘겨졌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건강하던 태아가 뱃속에서 갑작스럽게 사산돼 응급 수술에 들어갔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병원 압수물상으로도 의료 보험 청구 등 (사산에 대한 수술) 기록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6월 A씨는 유튜브에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브이로그를 공개했고, 보건복지부는 유튜버와 수술 집도의 등을 살인 혐의로 수사의뢰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건된 이들은 총 9명이다. A씨, 병원장 70대 윤모씨, 수술을 집도한 타 병원 소속 산부인과 전문의 60대 심모씨가 살인 혐의를 받고 있으며, 마취의와 해당 병원 소속 보조 의료진(간호사·간호조무사 등)이 살인방조, 환자를 병원에 알선한 브로커 등은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경찰은 윤씨와 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23일 기각됐다. 법원은 "피의자 주거가 일정한 점, 기타 사건 경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경찰은 기각 사유를 분석해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유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