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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전 한 달 새 레바논 남부 건물 1085채 파괴"… 휴전 논의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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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침공해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의 지상전을 개시한 지 한 달 만에 이 지역에서 최소 1,085채의 건물이 파괴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루 평균 35채가 이스라엘군 공격에 무너지거나 손상된 셈이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의 무차별 공습·포격에 마을 전체가 거대한 잔해 더미로 변한 곳도 있었다. 대선을 앞두고 중동 긴장 완화가 절실한 미국 정부가 휴전 협상의 운을 띄웠지만, 지금도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레바논에서 포성이 잦아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위성 사진을 자체 분석했다며 "지난달 30일 밤 IDF가 레바논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한 이후, 이 지역에서 파괴된 건물이 적어도 1,085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IDF는 레바논 남부 국경에 인접한 마을 6곳(메이스엘자발·블리다·카프르킬라·마이비브·람야·아이타알샤브)을 집중 공략했고, 그 결과 대부분 폐허로 변했다.
특히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1.6㎞ 떨어진 작은 마을 '마이비브'는 "건물 76채가 붕괴해 사실상 평지가 돼 버린 상태"라고 NYT는 전했다. 마이비브는 2006년 제2차 레바논 전쟁 때도 IDF와 헤즈볼라 간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피해 규모(건물 수 기준)가 가장 컸던 곳은 최소 311채가 무너진 메이스엘자발 마을이었다.
이 마을들은 헤즈볼라가 군사 기지를 두고 활동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민간인 거주 지역이기도 하다. IDF는 "헤즈볼라 군사 시설을 겨눈 표적 공격"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제법 전문가들이 고개를 젓는 이유다. 톰 대넌바움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NYT에 "군사적 목표물과 민간 시설이 섞인 지역 전체를 (공격) 타깃으로 삼는 것은 (국제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인명 피해도 그치지 않고 있다. IDF는 이날 레바논 동부 도시 바알베크와 주변 마을에 대피령을 내린 뒤 공습을 가했고, 레바논 보건부는 "여성 8명 등 최소 1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지상전 개시 이후, 레바논의 도시 전역에 대피령이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바알베크는 제정 로마시대 신전이 있는 유서 깊은 도시로,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IDF는 "바알베크가 있는 베카 계곡 인근 헤즈볼라 연료저장고를 노린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남동쪽 군사 기지를 미사일로 타격했다며 맞불을 놨다. 미국 국무부는 "헤즈볼라를 표적으로 삼는 이스라엘의 권리를 지지한다"면서도 "민간인과 주요 문화 유산을 위협하는 방식은 곤란하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내놨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 논의'도 비로소 첫발을 뗀 모습이다. 다만 타결 여부는 안갯속이다. 양측 당사자보다는 오히려 대선을 코앞에 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적극적이다. 이날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자국 매체에 "에이머스 호크스타인 미국 중동 특사와의 전화 통화 후, (미국 대선일인) 다음 달 5일 이전에 휴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다"고 낙관적 관측을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60일간 휴전하는 내용을 골자로 미국이 마련한 제안서 초안을 입수했다"며 그 내용을 보도했다. 제안서에 따르면 '2개월 휴전' 이후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1701호 완전 이행 협상에 나선다. 2006년 레바논 2차 전쟁 종식 당시 채택된 안보리 결의안 1701호는 △IDF의 레바논 철수 △헤즈볼라 무장 해제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다만 미 백악관은 이번 제안서와 관련, "현재 (휴전) 협상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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