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연천군의회가 통과시켰던 대북전단 방지조례가 결국 폐기됐다. 국민의힘 소속 군수의 재의 요구에 같은 당 군의원들이 입장을 뒤집었다. 대북전단 살포와 오물풍선 투척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저버린 결정이다.
연천군의회는 지난달 말 ‘접경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방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조례를 통과시켰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방지하는 기초지자체 첫 조례였다. 연천군의회는 국민의힘 소속 5명, 민주당 소속 2명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민주당 군의원이 발의한 조례에 아무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은 만장일치 통과였다.
하지만 그제 연천군의회는 김덕현 연천군수의 재의 요구로 진행한 표결에서 찬성 2표, 반대 5표로 조례를 부결시켰다. 같은 당 소속 군수의 요청에 국민의힘 군의원 전원이 화답한 모양새다. 한달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연천군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남북관계발전법 관련 조항 위헌 결정 취지에 위배된다는 점을 내세운다. 당시 헌재 결정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연천군 조례는 군수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것으로 맥락이 전혀 다르다.
지금은 북한이 대북전단을 구실로 오물풍선을 계속 투척하며 우발 충돌 위험이 고조되는 시기다. 연천군 등 접경지역 주민들은 매일 밤잠을 설칠 정도도 불안에 떤다. 당장 납북자가족모임이 오늘 파주에서 대북전단 공개 살포를 예고하면서 주민들과의 극심한 마찰이 우려된다. 그런데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노력조차 못 하겠다는 말인가.
단지 연천군수 개인의 뜻만은 아닐 것이다.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오물풍선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협으로 볼 수 있는지 명확지 않다”는 너무나 한가한 주장을 그 근거로 댔다. 접경지역을 위험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특별사법경찰을 동원해 단속하겠다는 경기도와도 엇박자다. 국민 생명이 달린 문제까지도 이렇게 정파적으로 갈리니 국민은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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