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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다니는 뚱뚱한 쥐'라는 비둘기가 사회에 기여하는 시민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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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활동이 지구환경을 좌지우지하는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로 들어섰다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입니다. 이제라도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찾으려면 기후, 환경, 동물에 대해 알아야겠죠. 남종영 환경논픽션 작가가 4주마다 연재하는 ‘인류세의 독서법’이 길잡이가 돼 드립니다.
200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소형 배낭을 멘 비둘기가 하늘을 날아다녔다. 위성위치추적장치, 휴대전화용 심 카드 그리고 대기오염 측정 장치가 배낭에 들어 있었다.
예술가인 베아트리스 다 코스타가 주도해 과학자, 기술자, 비둘기 사육자가 참여한 ‘피전 블로그’ 프로젝트였다.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비둘기가 수집한 대기오염 정보를 실시간으로 블로그에 올리는 것. 자동차 매연으로 가득 찬 거리, 후미진 골목, 푸른 공원을 돌아다니는 비둘기는 외딴곳에 설치된 대기환경 측정소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정보를 줄 수 있었다.
피전 블로그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다. 언론은 ‘참신한 아이디어’라며 너도나도 소개했고, 동물단체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는 사람들’(PETA)은 “새들에게 부상과 탈진을 초래할 것”이라며 비판했다. 코스타는 “경주용 비둘기에게 몸무게 10% 이하의 소형 배낭을 달았다”며 “우리는 동물권을 실천한 게 아니라 종을 가로지르는 정치적인 예술을 실천한 것”이라고 답했다.
페미니즘·과학 철학자인 도나 해러웨이가 쓴 책 ‘트러블과 함께하기’가 아니었다면, 피전 블로그는 잠깐 세상의 이목을 끈 행사로 남았을 것이다. 우리에게 비둘기는 날아다니는 뚱뚱한 쥐, 오염자, 침입자다. 해러웨이는 피전 블로그를 통해 비둘기가 사회에 기여하는 시민이 되었다고 말했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도시 아이들, 특히 (슬럼가의 아이들처럼) 소수자 그룹에 속한 아이들이 (피전 블로그를 통해) 멸시당하는 새들을 가치 있고 흥미로운 도시 거주자로 보는 것을 배운다는 점이다.”
해러웨이는 이 책에서 시종일관 ‘새로운 이야기 만들기’를 강조한다. 인류세와 기후위기 시대에 펼쳐지는 것은 종말론적 미래도, 약속받은 미래도 아니다. 그런 결정론적인 이야기들은 당장 관심을 끌지언정 우리를 구체적인 삶에서 멀어지게 한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는 물론 과학적 근거 없이 조만간 인류가 멸종할 것이라는 공포주의도 연옥의 세계에 사는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그는 지적한다.
해러웨이가 주목하는 것은 “전면적인 화해나 복구가 아니라 부분적인 회복 그리고 함께 잘 지내기를 위한 평범한 가능성들”이다. 그는 인간을 포함해 동식물 등 비인간 존재까지를 아울러 ‘크리터’라고 부르는데, 인간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아닌 모든 크리터의 이야기, 즉 ‘복수 종의 이야기’를 만들자고 한다. 계속되는 실뜨기를 통해 다른 형태가 창조되듯이, 크리터와 크리터의 연결 관계를 재조합하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혹은 은폐되었던 세계가 펼쳐진다.
환경 기사를 쓰는 작가로서 서사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때마다 이 책을 펴 본다. 지난번에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쓰려다가 추상적인 클리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러웨이는 어떻게 썼을까. “누구도 모든 곳에 살지는 못한다. 누구나 어딘가에는 산다. 어떤 것도 모든 것에 연결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은 무언가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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