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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으로 번진 고려아연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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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암호화폐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의 재집권 여부다. 7만 달러를 넘은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그 못지않게 몬테네그로 당국의 송환 결정이 임박한 권도형씨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400억 달러 피해를 낸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주범이 미국과 한국 중 어디로 송환될지, 또 어떤 처벌을 받을지에 대한 분석이 잇따른다. 이달 20일에는 결정을 내겠다던,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이 계속 침묵하는 건 정치적 배경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 권씨와 변호인은 결사적으로 한국 송환을 주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으로 송환되면, 종신형까지 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기 범죄자에 대해, 미 사법당국은 온정을 베풀지 않는다. 3만여 명에게 650억 달러 피해를 입힌 버나드 메이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은 2009년 150년형을 선고받은 뒤 2021년 옥사했다. 뉴욕 출신 사업가 숄람 와이스로는 2000년 보험사를 상대로 한 4억5,000만 달러 규모의 사기범죄로 845년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권씨가 한국에서 재판을 받는다면, 최고 형량은 40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양국의 차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은 형량 산정에서 ‘병과(倂科)주의’를, 한국은 ‘가중(加重)주의’를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병과주의란 죄의 수만큼 징역형을 더하는 방식이고, 가중주의는 가장 형량이 높은 혐의에 대해서만 50% 가중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산정 방식 차이에 앞서, 한국의 형량이 낮은 건 시장질서와 계약투명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권위주의 시절의 유습이 여전하기 때문이리라.
□ 고려아연 사태도 한국 자본시장의 낮은 성숙도를 반영한다. 동업자에서 원수로 바뀐 두 재벌 가문의 대립으로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시 급등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국민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6월말 7.83% 지분)은 30일에만 8,000억 원 가까운 평가 손실을 입었다. 고려아연 계획대로 주당 67만 원 유상증자가 이뤄진다면, 최고가 대비 평가손실은 1조 원을 넘는다. 어느 쪽이 승자가 되더라도, 경영권 다툼에서 양측이 폭로한 의문점에 대한 사법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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