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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尹-韓, 수습이냐 공멸이냐... 지지율도 차별화도 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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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 절반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꼽힌다. 현재권력에게 미래권력은 우군일 수도 적군일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10%대까지 급락한 지지율 회복이 시급하고, 차기 대권을 노리는 한 대표는 차별화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천 개입 의혹을 키우는 윤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녹취가 공개되면서 당정을 둘러싼 분위기는 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위기 국면을 타개할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보수 진영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집권세력의 현재·미래권력이 부딪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영삼-이회창, 노무현-정동영, 이명박-박근혜도 치열하게 맞붙었다. 언젠가는 승부를 가려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윤-한 갈등처럼 임기 반환점이 되기도 전에 서로 치받은 건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원인으로 전례 없이 낮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을 꼽았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3일 통화에서 "한 대표는 취임 이후 한동안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다가 확실한 차별화가 안 됐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지지율 동반 하락을 맞았다"며 "당내 기반이 취약한 한 대표는 차기 대선을 감안하면 지금이 마지막으로 차별화를 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한 대표는 윤 정부가 성공해야 자기 미래도 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한 대표는 대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9월에는 당대표를 그만둬야 하기 때문에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조급함도 있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두 사람은 워낙 가까운 사이였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윤-한 갈등이 유독 격렬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한 대표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후배'로 아꼈다. 한 대표 역시 자신을 현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맡긴 윤 대통령에게 고마워했다.
하지만 4·10 총선을 거치면서 관계가 뒤틀렸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 논란 등이 선거 최대 악재로 작용했다. 모두 윤 대통령의 결단에 달린 문제다. 총선 지휘봉을 잡은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선 긋기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이에 격노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관계에 금이 갔다.
7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아예 등을 돌렸다. 한 대표가 당대표에 출마하자 친윤계는 '대항 후보'를 내세워 총력 저지에 나섰다. 한 대표가 총선 기간 김 여사의 문자 메시지를 '읽씹'한 '문자 무시' 논란이 기폭제가 됐다. 애증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됐고, 두 사람은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영남권 중진 의원은 "'믿는 도끼'인 한 대표에게 발등을 찍힌 윤 대통령의 분노가 큰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반면 계파색이 옅은 중진 의원은 "친윤계가 전대에서 한 대표를 떨어뜨리기 위해 얼마나 노골적으로 나섰느냐"며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서운한 마음을 갖는 것도 이해가 된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봉합 또는 파국 시나리오를 거론한다. 윤 대통령의 육성 녹취 공개로 공천개입 의혹이 확산되며 야권은 탄핵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대표도 '보수 공멸'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만큼 갈등 봉합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동원 대표는 "지지율이 10%대(한국갤럽 기준)로 떨어진 윤 대통령은 당장 탄핵의 두려움 등이 피부로 느껴질 것"이라며 "제3자 특검 수용을 비롯해 한 대표의 쇄신 요구를 일부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고집이 변수"라고 덧붙였다.
파국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강윤 평론가는 "이미 신뢰의 위기에 빠진 윤 대통령은 뭘 해도 국민들이 잘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한 대표는 차별화는 시도하겠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며 국민 실망으로 이어져 자칫 고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김 여사 특검법 통과를 상수로, 한 대표의 선택을 변수로 보는 견해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민심의 반발이 워낙 크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 자신과 김 여사 문제를 어물쩍 덮고 넘어갈 수 없고 결국 특검을 맞을 것"이라며 "한 대표가 특검과 관련해 어떤 선택으로 어떤 명분을 쌓느냐에 따라 정치적 미래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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