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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 절취?"... '시진핑표' 중국 간첩법에 한국인 희생양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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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거주하던 한국인이 현지의 개정 반(反)간첩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실을 중국 정부가 29일 공식 확인했다. 중국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진핑 3기 체제'의 안보 우선 기조·형사처벌 강화 흐름에 한국 국민도 '타깃'으로 걸려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시민이 간첩죄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어 "법에 따라 위법한 범죄 활동을 적발했으며 당사자의 합법적 권리를 보장했다"고 덧붙였다. 전날 언론 보도로 처음 알려진 A씨의 구속을 중국 정부 차원에서 확인해 준 것이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거주하던 50대 한국인 A씨는 지난해 12월 중국 국가안전부(한국의 국가정보원 격) 수사관들에게 연행됐다. 한 호텔에 격리돼 조사를 받다가 올해 5월부터는 허페이시의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작년 7월 중국 정부가 개정 반간첩법을 시행한 뒤, 간첩 행위로 한국인이 구속된 첫 사례다.
서울의 한 소식통은 "A씨가 반간첩법상 '기밀 절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온 주입 기술자인 A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했다. 2016년부터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반도체 기업 2, 3곳에서 근무했는데, 이 기간 중 기밀을 빼내려 했다는 게 중국 당국 판단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외교부가 위법 행위를 언급한 것으로 볼 때, 반간첩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나름의 증거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4년 반간첩법을 제정한 중국은 9년 후인 지난해 7월 이를 개정했다. '국가 기밀·정보를 빼돌리는 행위'였던 간첩 행위의 정의를 "국가 안보·이익과 관련된 자료를 절취·정탐·제공한 행위"로 대폭 확대한 게 핵심이다. 중국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미 공공연한 기술이나 정보에 대한 접근은 어렵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중국이 기밀 범위를 확장해 법을 적용했다면, A씨로선 꽤 억울한 상황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2022년 10월,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국가 안보는 민족 부흥의 근간"이라며 '기술 자립'과 '안보'를 국가 정책 기조의 최우선 순위로 올렸다. 반간첩법 개정은 물론, 올해 2월에는 국가기밀보호법도 14년 만에 개정·강화했다. 외부의 위협을 부각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베이징에 지사를 두고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개정 반간첩법의 예고 순간부터 업계에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인 한국, 일본, 대만 등의 기업 관계자도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며 "결국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개정 반간첩법 시행 이후의 외국인 구속·처벌 사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2014년 1차 반간첩법 시행 이후로는 최소 17명의 일본인이 간첩죄 혐의를 받아 구속된 것으로 파악된다. 2019년 구속된 한 일본인은 지난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작년 9월 한 영국인 사업가가 기밀 유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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