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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를 키우기 힘든 한국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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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암기의 레시피를 뛰어넘은 요리사들
레시피 대신 본질을 중시하는 미래 일자리
본질적 가치와 타인을 생각하는 교육 필요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흑백요리사'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준 듯하다. 어떤 점이 그렇게 큰 감동을 줬을까. 아마도 유명한 고수, 백의 요리사들과 무명의 흑 요리사들 대결에서 무명의 요리사들이 승리하는 장면과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백의 요리사들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진정한 고수들의 모습을 경험하고 공감한 것이다.
흑백요리사에서는 일상에서 접하는 패배자의 절망과 승리한 자의 오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들이 걸친 완장의 힘으로 사는 자들이 너무나 많다.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본질적 가치의 질량이 중요한 것인데, 빈 깡통이 요란하다는 속담처럼 설쳐대는 자들 때문에 절망하고 또 절망하게 된다.
훌륭한 요리사는 레시피로 요리하지 않는다. 재료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맛과 요리의 의미를 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레시피가 끊임없이 창조되고, 그것이 주변에 공감을 일으킬 때 그들은 백의 요리사로 거듭 태어난다.
훌륭한 요리사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만든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추구하던 본질적 가치에 대해 인정받은 것에 감사할 따름이지, 자신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본질적 가치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에 의존한다. 그래서 상대를 평가할 때도, 상대방이 얼마나 그들의 본질적 가치에 충실한가를 보고 판단한다. 그러니 상대가 가진 껍데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상대의 본질에 감동하고 본질을 존경하며 본질에 고개 숙일 수 있는 자가 진정 백의 요리사인 것이다.
아마도 인류가 당면할 '미래의 일'도 이렇게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일은 자신의 주관을 다른 이들과 교감하며,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레시피를 열심히 외우고, 자격증을 따고, 충실히 따라 하는 것은 진정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인간보다 훨씬 정교하게 레시피를 따라 하는 기계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와 쉼 없이 대신할 것이다.
인공지능(AI)은 본질을 추구하는 자들에게는 지적 동반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레시피만 추구하는 자들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경쟁자로 돌변하여 그들의 자리를 빼앗을 것이다. 직함이나 자격증에 만족하는 자들에게는 정말로 공포스러운 미래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일의 정의도 또한 인간의 존재 이유도 재정의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대가 현실이 되었음에도, 우리 학교에서는 여전히 학생들을 레시피에 충실한 인재로 키우는 중이다. 지금의 교육이 과연 미래의 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수십만 명의 청년들이 '그냥 쉬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관점으로는 그냥 쉬는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어쩌면 그들은 자신의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리고 부단히 숨막히는 사회 귀퉁이에서 힘겹게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이 알고 추구하던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멋진 자격증에 대한 허무함이 그들을 내몰았다면 그 책임은 우리 사회 그리고 우리 교육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미래의 인재는 단순히 좋은 대학이나 자격증을 얻는 것을 넘어, 자신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고 이를 타인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의 질문을 되물어야 할 것이다. 모두가 저마다의 소질과 개성으로 자신만의 본질을 찾아 주는 교육은 과연 가능할까. 자아실현이라는 비전과 꿈이 이루어지는 교육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여전히 대학입시에 모든 것을 내걸고 도전하도록 하는 우리 사회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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