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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KS 맞아? 초보 같지 않은 ‘80년대생 감독’ 이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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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 이범호(43) KIA 감독이 첫 한국시리즈에서 초보 같지 않은 결단과 용병술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단기전은 워낙 변수가 많고, 분위기 싸움이라 베테랑 감독도 어려워하는 무대지만 이 감독은 마치 ‘준비된 승부사’처럼 침착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풀어갔다.
이 감독의 첫 시험대는 사상 초유의 서스펜디드(일시정지) 게임이었다. 지난 21일 1차전에서 삼성이 1-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2루 김영웅 타석 때 빗줄기가 굵어져 중단됐다. 이튿날인 22일 재개 예정이었던 경기는 전날 우천으로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아 하루 또 밀렸다.
2박 3일 경기가 되면서 이 감독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22일만 해도 좌완 불펜 이준영을 올려 왼손 타자 김영웅을 상대하게 하고 우완 불펜 전상현을 투입할 생각을 했지만 하루 더 시간이 주어지면서 23일 재개된 경기에 곧바로 전상현을 택했다. 전상현은 무사 1·2루 위기를 실점 없이 넘겨 이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경기 분위기를 뒤집은 KIA는 5-1 역전승을 거뒀다. 기세를 이어 당일 2차전에서도 8-3으로 이겨 하루에 2승을 챙겼다. 이 감독은 “(투수 기용에) 고민을 오래했다”며 “우리 팀 중간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를 생각하니까 전상현과 (마무리) 정해영이었다. 구위만 믿고 투수를 정공법으로 밀어붙였다”고 전상현을 기용한 배경을 설명했다.
안방 광주에서 2승을 안고 적지 대구로 넘어간 이 감독은 25일 3차전에 삼성의 홈런포에 일격을 당해 첫 패배를 떠안았다. 26일 4차전도 내주면 자칫 시리즈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변화를 택했다. 선발투수는 삼성이 토종 에이스 원태인을 내보낼 것을 대비해 1차전에서 맞붙었던 제임스 네일로 맞불을 놨다.
타선은 4번 타자 최형우가 허리 통증으로 빠져 타순을 조정했다. 1~3차전에서 타율 0.625(8타수 5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던 김선빈을 6번이 아닌 2번으로 전진 배치했고, 최형우 대신 이창진을 선발 라인업에 넣었다. 김선빈은 첫 타석부터 2루타를 때려 선제점을 뽑는 데 일조하는 등 5타수 3안타로 활약했다. 7번 좌익수로 출전한 이창진도 4타수 2안타 1볼넷으로 세 차례나 출루했다. 또 1차전에 승리를 챙기지 못했던 네일은 5.2이닝 2실점 역투로 선발승을 따냈다.
한국시리즈에서 경험 많은 포수 김태군을 중용한 것도 적중했다. 정규시즌 당시 ‘젊은 피’ 한준수가 115경기(타율 0.307)를 뛰어 105경기(타율 0.264)에 나간 김태군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였지만 큰 경기에서 이 감독의 선택은 김태군이었다. 매 경기 김태군은 선발 마스크를 썼고, 한준수는 점수 차가 벌어진 4차전에 교체로 처음 출전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태군은 투수들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한국시리즈 4차전에 데뷔 첫 만루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다.
2017년 선수로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사령탑으로 같은 무대에 선 이 감독은 “(한국시리즈는) 짧은 상황에 판단해야 돼서 어렵다”며 “내 선택 하나에 선수들의 고생이 물거품 될 수 있어 신중을 기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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