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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키우려면 태양광에 대한 편견 버려라'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대표

입력
2024.10.30 05:00
수정
2024.10.30 11:4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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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약 400개 태양광 발전소 운영하며 대기업과 1, 2위 다퉈
"한전처럼 전력 판매 사업자 되는 것이 목표"

한때 태양광 발전은 각광받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탄소 중립 계획이 원자력 발전(원전) 중심으로 바뀌면서 태양광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연말 발표 예정인 제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무탄소 발전 에너지 비중을 2038년까지 70%로 확대하기 위해 원전을 늘린다.

반면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은 제자리걸음이다. 4년 전 수립한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은 30.2%였으나 2년 전 제10차 계획에서 21.6%로 줄었고 제11차 계획에서도 10차와 같은 비중으로 동결된다. 이 때문에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고사 위기를 호소했다.

반면 해외는 태양광 지원을 늘리는 추세다. 당장 미국이 반도체지원법에 태양광 설비업체를 포함하는 계획을 지난 22일 발표했다.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대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청정 에너지로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 태양광 사업을 확대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있다. 2020년부터 태양광 발전 등 기후 산업에 뛰어든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의 김희성(48) 대표는 태양광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꾸고 싶어 창업했다. 서울 종로1길에 위치한 BEP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나 태양광 발전 사업에 대한 오해와 편견, 전망을 들어 봤다.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대표가 서울 종로1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며 태양광 발전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366개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며 대기업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최주연 기자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대표가 서울 종로1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며 태양광 발전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366개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며 대기업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최주연 기자


'땅이 좁아서 안 된다'는 편견

국내에서 태양광 발전에 대한 가장 큰 편견은 국토가 좁아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우리나라는 태양광 발전을 하기에 결코 좁지 않아요. 2040년까지 정부가 목표로 하는 태양광 발전을 하려면 충북 음성군 정도의 땅이면 충분해요. 다만 대형 사업에 적합한 토지 가격이 싸고 송전선 등 전력 계통을 잘 갖춘 땅은 제한적이죠."

태양광 발전은 용량에 따라 0.5㎿ 미만은 소형, 0.5~3㎿는 중형, 3㎿ 이상은 대형으로 구분된다. 규모가 클수록 많은 땅과 사업비가 필요하다. "1㎿ 발전 용량을 갖추려면 작은 축구장 1개 크기인 3,000평 규모의 땅이 필요해요. 따라서 사업비가 15억~20억 원 정도 들죠."

그래서 김 대표는 중소형 발전에 집중하는 전략을 폈다. "다른 업체들은 큰돈을 벌고 싶어 설비 투자에 5~10년 걸리는 대형 발전 위주로 사업을 해요. 그중 인허가도 받지 못하고 좌초하는 곳들도 많아요. 우리는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때까지 1~3㎿급 중소형 발전에 집중해요. 중소형은 공사 기간이 짧고 대형에 비해 인허가도 쉽게 받을 수 있죠."

대형 발전은 지난해 말부터 뛰어들었다. "충남 서산에 15㎿급 시설을 완공했고 전남 영광에 50㎿급 시설을 짓고 있으며 전남 고흥에 90㎿ 급 시설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어요. 2개의 100㎿급 시설도 내년에 인허가를 받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전국에 366개 발전소 운영

현재 BEP가 보유한 태양광 발전소는 경기 강원 전남 전북 제주 등 전국에 걸쳐 무려 366개다. "발전소 숫자로는 대기업 SK E&S와 1, 2위를 다투죠. 지금까지 누적으로 약 4,000억 원을 투자받아 자본력에서도 대기업에 전혀 밀리지 않아요.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록이 투자했죠."

이들의 발전 용량은 무시 못 할 수준이다. BEP가 보유한 태양광 발전소의 평균 발전 규모는 한 곳당 2.3㎿다. "전체 발전 용량은 비밀이지만 앞으로 1, 2년 내 전체 발전 규모가 1GW에 이르게 되죠. 1GW면 원전 1기와 맞먹는 규모입니다."

이토록 많은 발전소를 보유한 비결은 인수다. "운영 중인 발전소는 물론이고 인허가를 받아 바로 착공할 수 있는 사업권을 인수했어요. 사업권을 확보하면 발전소를 바로 지을 수 있죠."

태양광 발전은 원전에 비해 공사 기간이 짧다. 선진국들이 탄소 중립을 위해 태양광을 빼놓지 않는 이유다. "원전 하나 지으려면 15, 20년이 걸리지만 태양광 발전은 공사기간이 1㎿ 시설의 경우 두 달, 100㎿ 시설도 1년이면 충분해요. 따라서 공사기간이 오래 걸리는 원전만으로는 10년 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요."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가 제주 서귀포시에서 운영하는 태양광 발전소 전경. BEP 제공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가 제주 서귀포시에서 운영하는 태양광 발전소 전경. BEP 제공

사소한 것이 만든 차이

발전소 숫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운용 능력이다. 관건은 효율적 운용 시스템을 만들어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시공 비용을 줄이고 발전량을 더 나오게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태양광 설비는 기술이나 가격 모두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중국산 제품이 들어오면서 가격이 20년 전보다 10분의 1로 떨어졌어요. 그만큼 운용 능력에서 차이를 둬야죠."

운용 효율을 높이려면 발전소 설계를 최적화해야 한다. "태양광 패널 각도가 중요해요. 국내에서 최적 각도는 30도죠. 이보다 각도를 높이면 그림자가 길어 효율이 떨어져요. 하지만 토지 환경에 따라 각도와 패널 간격 등에 제한을 받아요. 따라서 이런 환경을 감안해 최적의 발전 효율을 내도록 설계를 하는 것이 필요해요."

특히 김 대표는 전기실을 가리거나 전선을 땅에 묻는 등 사소한 것에서 운용 능력의 차이를 만들었다. "패널과 전기실 온도가 높으면 발전 효율이 떨어져요. 온도를 낮추기 위해 전기실을 가리는 설비를 하죠. 다른 곳은 전기실을 그대로 노출해 발전 효율이 떨어져요. 또 전선을 노출하는 다른 곳과 달리 삭아서 끊어지지 않도록 땅에 묻어요."

이런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역량이 빛난다. BEP는 세계 1위를 자부하는 태양광 발전 기업 한화큐셀과 한화에너지, 삼성물산 등에서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전체 직원 85명 가운데 투자 및 금융, 인허가, 시공관리, 부동산 전문가 등 태양광 인력이 40명입니다."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가 강원 양양에 운영하는 전기차 급속 충전시설. BEP 제공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가 강원 양양에 운영하는 전기차 급속 충전시설. BEP 제공


전기차 급속 충전 사업에 뛰어들다

태양광 발전과 함께 김 대표가 힘을 쏟는 분야는 2021년부터 시작한 '워터'라는 전기차 충전사업이다.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하면서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자동차에 주목해 사업을 준비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내연 기관 대신 전기자동차가 많이 보급돼야 해요. 그런데 전기차가 확산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충전 시설 부족이죠. 태양광 발전을 하면서 쌓은 시설 투자의 장점을 살려 급속 충전 사업을 시작했어요."

완속 충전 사업은 국내 환경상 맞지 않다고 봤다. "완속 충전기 1개가 한 가구의 1년 전력량을 써요. 아파트에 완속 충전기를 설치하려면 돈 들여서 변압기 용량을 늘리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어요. 구조적으로 아파트가 많은 국내에서 완속 충전 사업에 한계가 있죠. 또 환경부에서 급속 충전시설에 보조금을 주고 있어 투자하기 좋죠."

현재 BEP는 서울 광화문, 강원 양양군 등 전국에 급속 충전시설 126기를 운영한다. "내년까지 전국에 800기의 급속 충전시설을 개소할 계획입니다. 도심보다 고속도로 휴게소, 국도변 등 주유소가 있을 만한 곳에 설치하려고 해요. 전기차는 1만 원 내고 30분 충전하기 때문에 땅값 비싼 도심에 충전시설을 만들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요."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대표의 꿈은 한국전력처럼 소비자에게 직접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10년 내 국내 전력 시장이 개방될 것으로 본다. 최주연 기자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대표의 꿈은 한국전력처럼 소비자에게 직접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10년 내 국내 전력 시장이 개방될 것으로 본다. 최주연 기자


한전처럼 전력 판매 회사 되고 싶어

연세대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 미래에셋증권이었다. "도시설계가 부동산 투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증권사 시절 해외 부동산 투자를 주로 했어요. 그러다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 위기 때문에 부동산 금융이 어려워져 재생 에너지 사업에 관심을 가졌죠."

이후 그는 한화큐셀 전략금융팀장으로 이직해 태양광 사업과 연을 맺었고 한화자산운용, 이든자산운용 등에서 인프라본부장을 지냈다. 그렇게 18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2020년 늦깎이 창업을 했다.

늦게 시작한 사업이지만 안정적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투자사와 비밀 유지 계약을 맺어 매출과 영업이익을 공개할 수 없지만 1㎿ 발전소 1기당 전기를 판매해 거두는 연 매출이 2억~3억 원입니다. 4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 225%를 기록하면서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죠."

김 대표는 AI 시대를 맞아 정부에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AI 시대가 되면 데이터센터 등에서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해요.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상황에 전력수요를 늘리려면 신재생 에너지 말고 답이 없어요. 그런데 한국은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리지 않으니 해외 기업들이 한국에 데이터센터 설치를 포기하고 싱가포르와 대만으로 가고 있어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기업들은 신재생 에너지 회사에 투자를 하고 있죠. 블랙록도 아시아에서 대만의 뉴그린파워와 우리에게 투자했어요."

이를 위해 세제 지원 등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영국은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하면 상속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를 만들면서 옥토퍼스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성장했어요. 미국도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하면 총사업비의 30%에 해당하는 세금 감면을 해줘요. 우리도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하는 개인이나 기관에 세액 공제, 상속세 감면 등 혜택을 주면 정부가 돈 들이지 않고 산업을 키울 수 있죠."

앞으로 그의 목표는 전력 판매 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전력 시장은 한전이 독점하고 있어요. 그러나 10년 내 전력 시장이 개방돼 여러 업체가 경쟁할 것으로 봐요. 그때 직접 전기를 가정과 기업에 판매하는 전력 판매 회사가 되고 싶어요."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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