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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전용기, 내가 834년 쓸 탄소 1년 만에 내뿜는다

입력
2024.10.28 16:30
수정
2024.10.2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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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팜 '생명 위협하는 탄소 불평등' 보고서
현 상황 안 바뀌면 4년 내 탄소예산 고갈돼
고탄소 산업 투자 등 슈퍼리치 행태 변해야
"부유세 도입하고 사치재에 징벌적 세금을"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 혁신 콘퍼런스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머스크를 비롯하여 세계 상위 50대 억만장자 중 개인 전용기 소유가 확인된 23명의 탄소 배출량을 분석했다. 23명의 개인 전용기는 탄소를 연평균 2,074톤 배출하며 이는 일반인이 300년 동안, 하위 50% 극빈층은 2,000년 동안 배출할 만한 탄소량이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 혁신 콘퍼런스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머스크를 비롯하여 세계 상위 50대 억만장자 중 개인 전용기 소유가 확인된 23명의 탄소 배출량을 분석했다. 23명의 개인 전용기는 탄소를 연평균 2,074톤 배출하며 이는 일반인이 300년 동안, 하위 50% 극빈층은 2,000년 동안 배출할 만한 탄소량이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슈퍼리치 50명의 투자, 개인 전용기 및 대형 요트 사용 등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세계 하위 2%, 즉 극빈층 1억5,500만 명의 소비로 인한 탄소 배출량보다 많다."

"일론 머스크(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이산화탄소를 연간 총 5,497톤 배출하는 개인 전용기를 2대 이상 소유하고 있다. 이는 일반인(1인당 연간 6.6톤)이 834년 동안, 하위 50% 극빈층에 속한 개인이 5,437년 동안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이 28일 발간한 '생명을 위협하는 탄소 불평등' 보고서에 담긴 내용들이다. 세계 슈퍼리치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탄소를 배출하면서 전 세계인이 나눠 써야 할 '탄소예산'을 빠르게 고갈시키면서 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옥스팜은 다음 달 11일부터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를 앞두고 해당 보고서를 발간하며 "전 세계 최상위 부유층은 안전하게 배출할 수 있는 제한된 양의 이산화탄소, 즉 탄소예산을 무분별하게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탄소예산이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배출 허용량을 뜻한다.

단적인 예로 전 세계 인구의 1%에 불과한 인원이 항공기로 인한 전체 탄소 배출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50명은 오염 산업 투자, 개인 전용기, 슈퍼요트 등을 통해 평균 1시간 30분 만에 일반인이 평생 동안 배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탄소를 뿜어내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들의 투자금 40%는 석유, 광업, 시멘트 등 고탄소 산업에 집중돼 있는데, 이 기금을 저탄소 집약 산업 펀드로만 옮겨도 투자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13배 더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7일 서울 강남구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907 기후정의행진에서 청소년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7일 서울 강남구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907 기후정의행진에서 청소년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시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현 추세로 지속되면 탄소예산이 4년 내로 고갈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전 세계 부유층 상위 1% 같은 생활 방식을 따를 경우 탄소예산은 5개월 이내 소진되고, 모든 사람이 '최상위 부유층' 50명 같은 생활 방식을 따른다면 단 이틀 만에 탄소예산이 소진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달리 말하면, 탄소중립을 위해 산업 전환과 시민 개개인의 변화뿐 아니라 전 세계 부유층의 생활 방식에 중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기후변화 가속화로 인한 피해는 주로 전 세계 빈곤층과 경제 취약층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세계 상위 1% 부유층 소비로 인해 4년간(2015~2019년) 배출된 탄소만으로도 2020년부터 2120년까지 폭염에 의한 일사병, 열사병 등 초과 사망이 150만 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의 78%(118만 명)는 기후변화 적응 여력이 없는 저소득 및 중하위 소득 국가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옥스팜은 "지구 온도가 계속 상승하며 빈곤하고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명과 생계는 위협받는다"며 "슈퍼리치들의 탄소 배출을 억제하고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부유층이 비용을 치를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세계 상위 1% 부유층을 상대로 영구적인 누진 소득세 및 부유세를 도입하고, 개인 전용기와 대형 요트 등 '탄소 집약적' 사치재 사용을 금지하거나 90% 이상 징벌적 세율을 적용하는 등 강력한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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