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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연합보다 공개 매수 두 배 더 했지만...셈법 더 복잡해진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입력
2024.10.29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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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공개매수로 11.26% 지분 확보
과반 확보에는 실패
최 회장 측 35.4% VS 영풍·MBK 38.47%
영풍·MBK, 임시주주총회 소집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0월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던 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뉴스1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0월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던 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뉴스1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23일 마감한 공개매수를 통해 총 11.26% 지분을 확보했다. 14일 공개매수를 마무리하며 5.34% 지분을 얻은 영풍·MBK파트너스(MBK)와 비교하면 6만 원 더 비싸게 사들이겠다고 했던 최 회장 측이 두 배 넘는 지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재계는 최 회장 측 역시 과반 확보에 실패했고 승리를 위한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MBK 연합 측에 비해 최 회장 측이 다소 불리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23일 마감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같은 편인 베인캐피탈과 함께 총 주식의 11.26%(233만1,302주)를 샀다고 알렸다. 고려아연이 9.85% 지분(204만30주)을 확보했고 베인캐피탈은 1.41% 지분(29만1,272주)을 사들였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하려고 했던 추가 지분은 각각 최대 17.5%와 2.5%였다.

당초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의 83만 원보다 높은 89만 원의 공개 매수가를 제시해 최대 20% 지분을 매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이미 MBK 연합이 5.34% 지분을 먼저 확보함으로써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는 시중 유통 물량(약 17,18%) 자체가 적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더 치열해진 양측의 수싸움

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

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


고려아연은 확보한 자사주를 소각할 방침이다. 최 회장 측은 베인캐피탈을 통해 확보한 1.41%만 우호 지분으로 추가할 수 있다. 최 회장 측 지분은 33.99%에서 35.4%로 올라간다. 앞서 영풍·MBK 측은 38.47% 지분을 확보해 뒀다. 양측의 지분 격차는 3%포인트 정도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자사주 소각을 하면 전체 모수가 작아져 MBK 연합 측과 최 회장 측 지분은 모두 40%대로 올라가지만 양측 격차는 조금 더 벌어진다. 양측 모두 확실히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는 과반에는 미치지 못한다. 앞으로 장내 매수와 우호 지분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특히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 여럿으로 나뉘어 있어 이들 중 하나라도 전열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하고 장내 매수 방안과 자사주의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법 등도 고민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이에 영풍·MBK 연합도 빈틈을 주지 않을 기세다. 이들 연합은 이날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했다. 안건은 14인의 신규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은 최 회장 측 인사 12인과 장형진 영풍 고문으로 구성돼 있는데 영풍·MBK 측은 신규 이사 14인을 추가하겠다고 알렸다. 이들 중에는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의 이름도 올랐다. 집행임원제는 회사의 이사회는 회사의 중요사항 결정을 맡고 집행 임원이 실질적 업무 집행을 담당하는 제도를 말한다.

다만 소집 요구에 최 회장 측이 동의하지 않으면 임시주총은 열릴 수 없다. 이 경우 영풍·MBK 연합이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할 수 있고 이를 검토해 결과가 나오는 기간(1,2개월)을 고려하면 실제 임시주총은 연말이나 내년 초가 돼야 열릴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고려아연 지분 변화. 그래픽=박구원 기자고려아연 지분 변화. 그래픽=박구원 기자

고려아연 지분 변화. 그래픽=박구원 기자고려아연 지분 변화. 그래픽=박구원 기자



칼자루 쥔 국민연금

10월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측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의 향방도 중요해졌다. 국민연금은 6월 말 기준 7.83% 지분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공개매수에 일부 지분을 팔았다고 해도 여전히 의미 있는 수준의 지분을 갖고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임시 주총이 열리면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할 전망인데 장기 전망, 여론 등을 두루 살필 것으로 보인다.

MBK 관계자는 "집행임원제도 도입과 사외이사진 확대 강화를 통해 고려아연의 기업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최대주주의 진심을 주주들이 공감하고 지지해줄 것"이라며 "소재 산업은 물론, 법조, 금융, 기업 경영과 거버넌스, 안전관리 분야까지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모셔서 고려아연 이사회의 기능도 정상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적대적 M&A 야욕을 버리지 않은 채 끝내 임시 주주총회 소집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며 "기어이 임시 주총을 소집한다면 쓰디쓴 결과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양측이 장내매수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측되자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도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3.83% 오른 130만1,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마감일(23일)에 공개매수가 89만 원에 미치지 못했던 종가는 이후 4거래일 연속 올라 종가 기준 처음으로 130만 원을 넘어섰다. 이날 오후 한때 140만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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