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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25일 만에 절제된 보복 '회개의 날' 공습… 공은 다시 이란에

입력
2024.10.27 17:16
수정
2024.10.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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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란 공습 "전투기 100대 이상 투입"
지난 1일 이란 미사일 공격에 '보복'... "성공적"
표적 군사 시설로 좁히며 '추가 보복 말라' 신호
'방공망 마비' 이란, 확전 원치 않는 듯 대응 '자제'


이스라엘이 보복 공습을 가한 26일 이란 수도 테헤란 전경.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이란 내 군사 시설에 대한 표적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보복 공습을 가한 26일 이란 수도 테헤란 전경.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이란 내 군사 시설에 대한 표적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26일(현지시간)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로 최소 181기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25일 만에 보복을 가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100대 이상의 전투기를 투입했고, 이란 방공 능력을 파괴했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다만 공습 대상을 군사 관련 시설로 한정하고, 사전에 공격 사실을 이란에 통보했다는 보도도 나오는 등 확전 의사가 크지는 않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질지 여부는 공을 넘겨받은 이란에 달렸다. 이란도 일단 '언젠가 대응하겠다'는 식의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중동 확전 위기가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지만, 이란의 이스라엘 2차 공습 여부와 강도에 확전 수준이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 밤샘 공습... '군 시설 파괴' 집중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스라엘로부터 최소 1,600㎞ 떨어져 있는 이란에 전투기·무인기(드론)를 대거 투입해 이란 군사 시설 20여 곳을 타격했다. 일명 '회개의 날' 작전이었다.

공습은 오전 2시쯤부터 약 4시간, 3차례에 걸쳐 전개됐다. 이날 오전 2시쯤 첫 출격한 전투기들이 이란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시리아·이라크의 방공망 및 이란의 방공망을 파괴하며 이후 투입될 전투기들의 작전 수행에 길을 터줬다는 게 WSJ 설명이다. "이란 상공에 외국 공군이 침범한 것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처음"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26일 이란에 대한 공습 작전이 성공적이었다고 강조하며 해당 작전에 투입된 전투기 조종사들의 사진을 대거 공개했다. IDF 제공

이스라엘방위군(IDF)은 26일 이란에 대한 공습 작전이 성공적이었다고 강조하며 해당 작전에 투입된 전투기 조종사들의 사진을 대거 공개했다. IDF 제공

이스라엘은 작전 성공을 과시했다. IDF는 공습 직후 성명을 통해 "보복 공격의 목표는 달성됐고, 이스라엘은 이제 이란에서 더 광범위한 공중 작전의 자유를 누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란 방공망이 사실상 파괴됐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란 방공망 핵심 축인 S-300 방공미사일 시스템 3개와 탄도미사일 고체연료 초정밀제조장비, 무인기(드론) 생산 시설 등이 공습 타깃이 됐다.

그러나 이란이 받은 타격은 공습 규모에 비해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 내 핵 또는 석유 시설을 광범위하게 공격할 것'이라는 그간 전망과 달리 이스라엘이 군사 관련 시설로 공격 대상을 한정했기 때문이다. 사망자 4명도 모두 군에서 나왔다. 이스라엘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긴장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와 '이란이 보복하면 이란 상공에서 또 작전을 펴겠다'는 메시지를 같이 전한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물론 이란 미사일과 드론 생산 능력 복원에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오른쪽) 이스라엘 총리가 2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국방부에서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이란 내 군사 시설에 대해 정밀한 공격을 감행하자'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이스라엘은 밝혔다. 26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진행해 이란 내 군사 시설 20여 곳을 파괴했다. 이스라엘 정부 제공,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오른쪽) 이스라엘 총리가 2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국방부에서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이란 내 군사 시설에 대해 정밀한 공격을 감행하자'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이스라엘은 밝혔다. 26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진행해 이란 내 군사 시설 20여 곳을 파괴했다. 이스라엘 정부 제공,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정면충돌 피하려는 듯... 이란, 의례적 대응

이란은 확전을 피하려는 듯 의례적인 수준의 반응을 보였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27일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이 저지른 악행을 과소평가하지도, 과장해서도 안 된다"며 "이란은 이란의 힘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이란 관영 이르나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추가 대응을 예고하되 구체적 조치를 거론하지는 않은 것이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도 전날 "이란은 영토 침해에 단호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하겠지만 이는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 것"이라는 모호함을 보였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란 관계자가 자국 언론 타스님을 통해 "이스라엘 전투기 100대 이상 투입은 거짓"이라고 반박한 대목과 이란군이 "특정 지역에 제한적 피해만 입었다"며 피해 상황을 축소한 것도 추가 보복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이스라엘과 정면 맞대결을 치르기에 이란은 군사·정치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제사회도 확전 자제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당사자는 외교의 길로 돌아오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것(이스라엘 공습)으로 끝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이 대리 세력을 통해 보복할 것', '이스라엘이 다음 달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추가 공습을 가할 것' 등 불길한 전망은 여전히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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