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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 탓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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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이 안방을 점령했다. 짝짓기 방송을 주도하며 시청률을 끌어올리더니,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로 자리 잡았다. 급기야 연예인은 물론이고 일반인까지 무속인으로 소개되며 당당하게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1,000만 관객을 불러들인 영화 '파묘'에선 남을 돕고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로 나왔다. 유튜브에서도 ‘무속 코드’로 포장된 신점·사주풀이·타로 등 운세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외국인의 눈에도 무속이 양지로 나온 모습은 신기한 것 같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007년 '최신 기술이 발달한 한국에서 무속이 부흥하고 있다'는 기사에서 "한국에는 무속인 30만 명이 있으며, 한국인 160명 중에 1명꼴이다"고 보도했다. 무속인이 경찰관(13만여 명)이나 초등학교 교사(19만여 명)보다도 많다는 얘기다. 이후에도 무속을 조명하는 외신 보도는 계속 나오고 있다.
24년간 한국 무속을 연구해온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동아시아학과장 리오라 사파티 교수는 “한국에선 모든 종교가 공존할 수 있고 과학적 사고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무속을 즐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베리아, 카자흐스탄, 몽골, 남아메리카 등에서도 샤머니즘이 많이 퍼져 있지만 한국처럼 특별하고 독립적 문화로 자리 잡은 곳은 없다는 것이다.
무속(巫俗)은 무당들의 풍속을 말한다. 한자로 무(巫)의 뜻은, 하늘(一)과 땅(一)을 잇는(ㅣ) 사람(人)을 뜻한다. 무당은 신내림을 받은 사람, 즉 신과 영적으로 얘기한다고 주장하며 그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다. 삼신할머니에게 아이의 건강을 기원하거나 정안수를 떠놓고 기도하는 것도 무속 행위다. 다만 사주풀이를 전문으로 하는 역술인이나 풍수전문가, 그리고 도사(道士)나 법사(法師)와는 다른 개념이다.
무속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 보기에 무당의 말은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얘기겠지만, 무속은 삼국시대부터 전통신앙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일제강점기에는 미신으로 취급받았고 산업화 과정에선 전근대의 상징처럼 조롱받았지만, 소멸 위기 속에서도 1500년을 버티더니 이제는 안방까지 침투했다. 특히 기성 종교의 영향력이 약해지면 무속은 밖으로 드러날 때가 많다. 비과학적이란 딱지가 붙어 있지만, 누구도 관심 두지 않는 소외되고 실패한 개인을 위로해온 덕분이다. 그렇다고 무속이 유행하는 게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개인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고, 주변에 속 터놓고 고민을 얘기할 사람이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무속이란 말 자체는 정치인이나 기업인, 법조인처럼 가치 중립적이다. 정치인 가운데 나쁜 정치인이 있듯이, 무속인 중에서도 나쁜 무속인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무속인에 대한 이미지는 좋지 않다. 무속인 범죄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기성 종교처럼 권위도 없고 교리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최근 무속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10명 중 7명은 자신을 바라보는 외부 시각이 싸늘하다고 인식했다.
결정적으로 대통령 부부가 무속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켰다. 무속인이 고통받는 개인을 위로할 수는 있겠지만, 정부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용산에선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무속이 국정에 관여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역사가 보여줬다. 무속 탓할 필요 없다. 그것을 오용하는 사람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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