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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농장일 벗어나니 행복 두 배" 경기도 낙농산업 위기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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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지난 25일 오후 찾은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호걸목장. 젖소 70~80마리를 키우는 3만3,000㎡ 넓이의 이 농장에선 하루 소젖(우유 원유) 2톤가량을 짜 서울우유협동조합에 납품하고 있다. ‘경기도와 화성시가 지원한 아름다운 농장, 가축행복 농장’이라고 쓰인 입구의 안내판이 눈길을 붙들었다. 호걸목장 공동대표인 김진걸(63)·임효순(60) 부부는 안내판의 문구처럼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지은 착유실 덕분에 일상이 행복해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도비와 자부담을 합쳐 3억 원을 투입해 만들어진 착유실(면적 260㎡)은 2022년 3월부터 가동 중이다. 여기선 예전처럼 억지로 젖소를 젖을 짜는 좁은 틀에 몰아넣은 뒤 젖을 짤 필요가 없다. 자동화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설비로 소젖을 짜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 부부가 착유실의 문을 열자 훈련받은 젖소 20마리가 알아서 안으로 들어왔다. 부부가 젖소 유두에 착유기를 부착하자 곧바로 소젖이 짜지면서 냉각기로 모였다. 5분 정도가 지나자 착유기가 자동으로 분리되면서 착유가 완료됐다. 소 70여 마리를 착유하는 데 걸린 시간은 착유실 청소를 포함해 1시간 남짓. 김 대표는 "예전엔 하루 두 번 모두 5시간 이상 걸렸는데 지금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자동화 이후 소들이 스트레스도 덜 받고, 흥분상태에서 몸을 움직이는 일도 줄어 여성들도 손쉽게 할 수 있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농장의 자동사료배합기, 수백만 원의 대형 선풍기도 경기도 지원을 받아 구비한 것이다.
언감생심이었던 고가의 첨단장비들을 도의 지원을 받아 농장에 들이면서 부부의 삶은 크게 변했다. 인건비가 줄어 경영이 안정화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 김씨 부부는 이후 목장환경 개선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목장 주변은 잘 가꿔진 나무와 화단으로 마을 주민들이 가끔 들러 쉬다가 갈 만큼 깔끔하게 단장돼 있었다. 깨끗한 축산농장으로 인정돼 정부의 해썹(HACCP) 인증 마크도 달았다. 근래 10년간 악취 민원도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아들 호철(29)씨는 “과도한 농장일에서 벗어난 부모님을 보니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면서 "작업 환경이 개선되면서 저와 같은 목장주의 2, 3세 경영 참여도 늘어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경기도가 침체에 빠진 낙농가 살리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김씨 목장처럼 경기도의 첨단 시설 지원을 받은 목장만 최근 5년간 534곳(사업비 1,779억 원)에 달한다. 경기도는 올해 7월 경영난 을 겪는 낙농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낙농·육우산업 육성 종합계획(2024∼28년)’ 청사진을 공개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5년간 재정 1,653억9,000만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2019~2023년(예산 1,245억 원)과 비교하면 408억 원(32%) 증액됐다.
도가 낙농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경기도가 전국 최대의 낙농산지이기 때문이다. 도의 젖소 사육 두수(15만5,000두)는 전국(38만7,000두) 점유율 40%를 차지한다. 도는 △가축 사육환경개선 및 시설 현대화 △소비기반 구축을 통한 농가 소득향상 △친환경 축산환경 조성을 3대 전략으로 삼아 낙농가 돕기에 나섰다.
낙농가 소득향상을 위해 낙농육우산업 경쟁력 강화, 학교우유급식지원 사업에도 투자한다. 기후 위기로 환경문제 이슈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저탄소 기반 구축과 지속가능한 축산업 실현 사업도 본격화한다. 탄소중립 프로그램 도입, 깨끗한 가축분뇨처리기반 확충, 악취저감 컨설팅 등이 그 예다. 전체 생산비의 60%를 차지하는 사료비 절감을 위한 국내산 조사료(초식동물 사료) 생산 기반 확충에도 투자한다.
이형만(46·팔칠목장 대표) 양주시 젖소검정연합회장은 “출산율 감소로 흰 우유 소비량은 줄고, 역대급의 폭염까지 이어져 낙농가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기도 지원이 힘이 되고 있다”며 “시설 현대화, 조사료 지원 확대 등 경영 안정화 방안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낙농가 살리기에 힘을 쏟는 것은 최근 상황과 무관치 않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2010년 65%에 달했던 우리나라 우유·유제품 자급률은 2022년 44.8%로 하락했다. 낙농가 숫자 또한 감소 추세다. 미국·유럽연합(EU) 등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전면폐지로 2026년부터 낙농산업의 대외 경쟁력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도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저지종 젖소 육성 등 체질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갈색 젖소로 불리는 저지종은 영국 저지섬에서 기원한 품종으로 체구가 작고(24개월령 기준 436㎏, 홀스타인 551㎏ 대비 79%) 사료 섭취량이 적어 우유 생산량은 적다. 하지만 메탄가스와 분뇨 배출이 적어 친환경적이다. 상대적으로 단백질과 미네랄 등 유효성분 함량은 높아 치즈와 버터 등 유가공품 생산에 유리하다.
경기도가 주도하는 저지사육농가협의체에는 현재 90여 농가가 참여해 저지소를 키우고 있다. 올해부터는 저지농가에 매년 1,000개의 수정란을 무상공급할 계획이다. 경기도 1호 저지전용목장 출범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경기도는 2022년 11월엔 유업계 1위이자 도내 낙농가의 60%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서울우유협동조합과 업무협약을 체결, 젖소품종 다양화 사업 외연도 넓혔다. 문진섭 서울우유 조합장은 “경기도형 젖소 육성우 사업을 활성화해 낙농가에 힘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신종광 도 축산정책과장은 “낙농가 경영안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젖소 개량, 경영안정, 시설개선을 통해 농가의 자생력을 키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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