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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곡예 운전한 도요타 회장, 옆자리엔 정의선 회장...손 꼭 잡고 웃으며 미래차 협력 약속했다

입력
2024.10.28 07: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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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3위 자동차 수장 용인서 역사적 만남
'현대 N x 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 열어
이재용·조현범 회장도 참석해 응원
"도요타와 현대차가 모빌리티 미래 만들겠다"

2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이 함께 무대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용인=연합뉴스

2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이 함께 무대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용인=연합뉴스


레이싱을 사랑하는 두 사람이 무언가를 하면 좋겠다며 논의한 뒤 이 자리를 마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7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현대 N x 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 행사 시작과 함께 도요타의 가주 레이싱(GR) 차량이 속력을 내며 행사장에 들어섰다. 차량은 드리프트1를 선보였고 바퀴에서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며 매캐한 냄새가 퍼졌다. 3분 넘는 운행을 마친 차량에서 내린 탑승자 두 사람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이었다. 손을 흔드는 두 사람을 향해 관람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운전대는 아키오 회장이 잡았는데 그는 일본에서 모리조(MORIZO)라는 이름의 드라이버로도 활동 중이다.

함께 탔던 정 회장은 "아키오 회장은 인더스트리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서 많이 배우려고 한다"며 "늘 주행 실력을 보니 더욱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아키오 회장은 "한국에서 현대차와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할 수 있을지 몰랐다"고 화답했다.


2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정의선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직접 운전하며 스페셜 쇼런을 선보이고 있다. 운전석이 아키오 회장, 동승자석은 정 회장. 용인=연합뉴스

2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정의선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직접 운전하며 스페셜 쇼런을 선보이고 있다. 운전석이 아키오 회장, 동승자석은 정 회장. 용인=연합뉴스


글로벌 1·3위 완성차 기업 수장이 한국에서 만나 두 손을 꼭 잡았다.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이 공개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두 회사는 모터스포츠 문화 활성화를 위해 처음 대형 행사를 열었다. 양사의 고성능 모델과 경주차들이 등장해 주행 성능을 뽐냈다. 특히 두 사람은 자사의 고성능 차량을 직접 몰며 분위기를 돋웠다.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야리스 WRC에 동승한 정의선 회장과 함께 드리프트 묘기를 선보이며 쇼런을 하고 있다. 한국토요타 제공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야리스 WRC에 동승한 정의선 회장과 함께 드리프트 묘기를 선보이며 쇼런을 하고 있다. 한국토요타 제공


두 회장의 역사적 만남의 배경에는 창업주의 손자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자동차 회사의 수장으로서 글로벌 톱티어로 끌어올린 공통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키오 회장은 도요타를 창업한 도요다 기이치로의 손자이고 정 회장은 정주영 선대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차그룹 회장에 올랐다. 아키오 회장은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경영 적자에 시달리던 2009년 도요타 사장에 취임해 2012년 글로벌 1위 자동차 회사로 끌어올렸고 정 회장이 회장을 맡은 2020년 이후 현대차그룹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3위 회사가 됐다.


2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행사장을 바라보고 있다. 용인=연합뉴스

27일 오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행사장을 바라보고 있다. 용인=연합뉴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 그룹) 회장도 정 회장의 초청으로 깜짝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이 회장의 아버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만들었고 이곳을 찾아 직접 슈퍼카를 운전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차량용 전장(電裝·자동차 내 전자장치) 사업을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삼고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일반인 관람객, 인플루언서, 양사 관계자, 취재진 등 3,000여 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행사는 ①고성능차와 경주차로 고난도 주행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쇼런', ②현대 N과 도요타 GR 차량을 보유한 고객들이 자신의 차량으로 트랙을 주행하는 '트랙 데이', ③월드랠리챔피언십(WRC) 경주차에 고객이 동승해 경주차의 성능을 체험하는 '택시 드라이빙' 등으로 구성됐다. 앞서 8일 이번 행사 관람 티켓은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매진됐다.


27일 현대 N 부스에 롤링랩 'RN24' 차량이 전시돼 있다. 현대차 제공

27일 현대 N 부스에 롤링랩 'RN24' 차량이 전시돼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과 도요타는 이날 차세대 친환경 고성능차의 기술력도 관람객들 앞에 꺼냈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모터와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한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은 물론 양산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개조 부문 신기록을 달성한 아이오닉5 N TA 스펙,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 등을 자랑했다. 도요타 부스에는 액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콘셉트카와 고성능 라인업인 루키 GR 코롤라 H2 콘셉트와 GR 수프라, GR86 등을 전시했다.


도요타 가주 레이싱 부스에 도요타 콘셉트 차량이 전시돼 있다. 왼쪽부터 GR 수프라, GR86, AE86 H2 콘셉트, ORC 루키 GR 코롤라 H2 콘셉트. 한국토요타 제공

도요타 가주 레이싱 부스에 도요타 콘셉트 차량이 전시돼 있다. 왼쪽부터 GR 수프라, GR86, AE86 H2 콘셉트, ORC 루키 GR 코롤라 H2 콘셉트. 한국토요타 제공


이날 두 수장의 만남으로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더 깊은 협력도 선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미래 모빌리티를 이끌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수소차 동맹이나 자율주행 관련 공동 연구 등을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앞서 두 회사는 17일 현대차그룹의 로봇 연구개발(R&D)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도요타리서치연구소(TRI)가 "AI와 로봇공학을 공동 연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날 마지막 행사는 경주차와 트랙 데이에 참여한 고객 차량 등 수십 대의 현대 N, 도요타 GR 차량들이 트랙을 천천히 주행하는 '퍼레이드 랩'으로 마무리됐다.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은 선두에서 아이오닉 5 N 드리프트 스펙, GR 야리스 랠리 1 하이브리드 차량을 각각 운전하며 퍼레이드 랩을 이끌었다.


정의선(왼쪽)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정의선(왼쪽)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와 도요타는 국내 자동차 문화 발전 및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에 이바지하고자 티켓 판매 수익금 전액을 대한자동차경주협회 측에 기부할 예정이다. 현대 WRC팀과 도요타 가주 레이싱 WRC팀은 11월 21∼24일 일본 아이치현과 기후현에서 열리는 WRC 2024 시즌 최종 라운드에 나란히 참가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는 'N' 브랜드를 통해 고성능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며 "심장이 뛰는 차를 운전하고 싶은 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키오 회장도 "토요타와 현대차가 손을 잡고 모빌리티의 미래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1 드리프트
고속으로 주행하다가 급제동하면서 차량이 측면으로 미끄러지는 주행 기술
용인=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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