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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와르의 죽음,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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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7일 오전 6시 30분. 유대인 명절 초막절 끝에 평화로운 안식일 아침을 맞고 있던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생활 공동체 ‘니르 오즈 키부츠’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전투원들이 들이닥쳤다. 가자에서 겨우 1.6㎞ 떨어진 이 키부츠에서 생활하던 415명 중 111명이 죽거나 납치됐다.
9개월 뒤 이곳을 찾았다. 현장은 처참했다. 200여 동의 건물 중 총탄 자국이나 불에 탄 흔적 등이 없는 집은 6채밖에 안 됐다.
이곳에 살다 납치됐던 80대 노부부는 원래 가자 경계선을 오가며 자원봉사를 했다고 한다. 가자의 팔레스타인 주민 중 암환자를 이스라엘로 데려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가도록 지원하는 일이었다. 살아남은 한 주민은 이렇게 한탄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우리 키부츠 사람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도왔는지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참 슬펐어요. 이런 상황이 된 게.”
같은 날 키부츠 인근 레임에서 밤새 음악 축제를 즐기던 사람 중 383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량 학살이었다.
이스라엘 측이 보여준 하마스 공격 당시 영상은 끔찍했다. 폐쇄회로(CC)TV에 잡힌 민간 차량 총격 장면, 하마스 대원이 찍은 참수 영상, 피를 흘리며 바닥에서 질질 끌려가는 시신. 이런 식으로 약 1,200명이 한날에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분노가 이해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년 그런 죽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개전 이래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사람 약 4만2,000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이 겨냥한 하마스 전투원도 있겠지만 상당수 희생자가 민간인이었다. 그중 4분의 1 정도는 어린이였다.
이런 비극적 죽음은 또 어떠한가. 하늘에서 낙하산에 달려 떨어지는 구호품을 구경하다 운반용 나무 판자에 맞아 즉사한 세 살배기 사미 아야드. 그의 삼촌은 “우리는 하늘에서 음식을 떨어트려줘야 할 동물이 아닌 인간”이라고 외쳤다.
지난해 10월 기습 침공을 기획하고 집행했던 하마스 책임자 야히아 신와르는 이스라엘의 공적 1호였다. 이스라엘은 전쟁을 계속하는 이유를 “신와르가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해왔다. 그러나 지난 16일 신와르를 죽인 뒤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 폭격을,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가자에선 이스라엘군 공격을 피해 수십 번 피란을 다니고,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이 태반이다. 하마스 대원 색출을 위해 일부러 굶겨 죽이는 작전을 구사하겠다는 이스라엘 ‘장군의 계획’, 팔레스타인 사람을 ‘인간 방패’로 앞세워 하마스 대원 수색 작전에 나섰다는 증언 등 끔찍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전장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본 이스라엘 병사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처하고 목숨을 버리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 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한강, ‘소년이 온다’)
죽어가는 사람의 그 고통과 참혹함을 우리가 어찌 다 헤아리겠는가. 그래서 다만 호소할 뿐이다. 이제는 죽음을 멈춰야 할 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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