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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같지도 않은 말들에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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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가슴에 닿으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흔하지 않지만 드물지도 않은 그 기분 좋은 성공을 나누려 씁니다. '생각을 여는 글귀'에서는 문학 기자의 마음을 울린 글귀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진실이란 단어가 우스워진 세상, 말의 재현이 불가능해진 사회, 기획된 비문과 혐오의 일상화, 뭐든 안 듣고 사는 게 속 편한 세상, 쓰레기 같은 말….”
작가 최이아는 공상과학(SF) 소설집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의 표제작에서 이처럼 말이 오염되고 오염된 끝에 마침내 언어가 사라진 세계를 그립니다. 불길한 낌새는 종합병원 창구에서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는 노인과 경비에게 손가락질하는 50대 여성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고성 끝에 자해를 하는 이들의 괴이한 행동은 주변에도 퍼져나갑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자기 몸을 통제하지 못하다 죽음을 맞이하게 되죠. 국내 치사율이 90%가 넘는, 말 그대로의 재난입니다.
언어학자인 ‘아진’은 이런 참사를 자신이 연구 과정에서 찾아낸 ‘말 오염도’라는 개념을 증명하는 현상이라고 여깁니다. 그는 논문 작성을 위해 입법부와 행정부의 회의 영상을 '음향 음성 분석 엔진'에 넣었다가 “같은 단어를 사용자에 따라 전혀 다른 뜻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발견하죠. 아진은 연구를 통해 말 오염도가 증가할수록 “인간은 의사소통에 애를 먹게” 되면서 결국 “같은 언어를 사용해도 대화를 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르게 된다는 가설을 내놓습니다.
아진이 처음 제시한 개념에 대해 언어학술원 동료 상당수는 “그래서 뭐라는 거야”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무서워서 말도 못 하겠네”라며 비웃는 이도 있죠. 그럼에도 그의 가설처럼 말 오염도가 마침내 임계점에 이르며 ‘말의 종식’ 단계가 오고, 세상은 혼란스러워집니다.
8년간 기자로 일했던 최 작가는 이 작품에 관해 “자신이 뱉는 말의 영향력을 숙고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언어를 빼앗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말 같지도 않은 말들이 쏟아집니다. ‘이윽고 언어가 사라’지는 날이 머지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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