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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애들 영어·수학 배울 때 종이만 접나”… 학생 참여율 반토막 난 늘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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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부터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늘봄학교’에 보낸 맞벌이 학부모 김모(43)씨는 다음 달부터 자녀를 늘봄학교 대신 영어학원에 보내기로 했다. 김씨의 자녀는 학교 정규수업이 끝나는 오후 1시부터 2시 30분까지 늘봄학교에서 요일별로 공예, 미술, 종이접기, 블록 놀이, 놀이 체육 수업을 듣고 있다. 김씨는 “대부분 놀이 위주여서 학습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며 “다른 아이들이 학원에서 영어, 수학 배울 때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아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1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늘봄학교 학생 참여율이 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의 저출생 대응 정책으로 도입된 늘봄학교는 초등학교에서 최장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료로 학생을 돌봐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교육 프로그램이 부실하거나 기대와 달라 학부모 만족도가 떨어지고 교사 업무가 늘어나는 등 문제가 노출돼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늘봄학교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학기 늘봄학교 참여 초1 학생 수는 전체 35만3,098명 중 13만4,008명(38%)이다. 지난 8월 교육당국이 진행한 초1 학생 늘봄학교 참여 수요 조사에서 27만8,286명(응답자의 80%)이 참여 의사를 밝힌 데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친 셈이다.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실제 참여율이 떨어진 데는 교육 프로그램의 성격이나 운영 부실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술이나 체육 등 놀이 활동으로 구성돼 영어나 수학 등 학습을 원하는 학부모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늘봄교실을 이용한 학부모 이모(37)씨는 “신청자가 많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초1 전체 100여 명 중 10여 명만 참여한다”며 “정규수업처럼 프로그램이 체계적이지 않고, 종이접기 등 놀이활동으로 시간만 때우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기존 돌봄 프로그램인 ‘돌봄교실’이나 유료로 운영되는 '방과후학교'와의 차별화에도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늘봄학교는 돌봄 취약 시간인 오전과 오후 돌봄을 제공하지만, 실제 오전 7~9시 늘봄학교를 이용하는 초1 학생은 4,738명으로 참여율이 1.34%에 불과했다.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오후 돌봄 이용 학생은 2,794명으로 0.79% 수준이다. 한 초등 교사는 "지역에 따라 돌봄 수요 차이가 크다"며 "학생 수가 많은 학교들은 늘봄학교를 운영할 여력이 있지만, 학생 수가 적은 학교들은 돌봄교실 수요가 적을뿐더러 예산이나 인력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늘봄학교 운영 교실도 부족하다. 교육부는 지난달 늘봄학교 교실 9,212개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전용 교실은 3,552개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는 특별실이나 돌봄교실 등과 겸용하거나 이동형 조립식 교실 등을 임시 활용하고 있다.
일선 교사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늘봄학교 운영 관련 학생 관리, 비용 산정, 교사 채용 등 행정 업무가 가중되고 있어서다. 교육부는 당초 교사는 늘봄 행정 업무 배제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늘봄 행정 업무를 맡고 있는 교원(기간제 교원 포함) 수는 2,606명으로 전체 늘봄전담인력(8,588명)의 30.34%를 차지했다. 초등교사노동조합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기존 방과후 업무를 맡았던 교사들이 여전히 늘봄 업무를 병행하거나 늘봄전담인력 교육을 맡고 있다”며 “늘봄전담인력이 별도의 연수나 전문성 없이 교육 현장에 투입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졸속으로 늘봄학교 전면 시행을 추진하면서 피해가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며 “인력과 공간 지원을 늘려 양질의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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