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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 낙태' 살인 혐의 병원장·집도의 구속 면해... "사실관계 상당부분 수집"

입력
2024.10.24 00:09
수정
2024.10.2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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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거 일정, 구속 필요성 인정 어려워"
영장 신청했던 경찰, 수사 속도 조절 불가피

임신 36주에 임신중지 수술을 받은 후기를 유튜브에 올려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20대 여성의 임신 중 모습. 해당 유튜브 캡처

임신 36주에 임신중지 수술을 받은 후기를 유튜브에 올려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20대 여성의 임신 중 모습. 해당 유튜브 캡처

임신 36주차 태아를 임신중지(낙태)하고 이를 브이로그(일상 영상)에 담아 유튜브에 올린 사건 관련 수술한 집도의와 병원장이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김석범 부장판사는 23일 살인 혐의를 받는 병원장 70대 윤모씨와 수술을 집도한 60대 의사 심모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에 관한 자료가 상당 부분 수집됐다"며 "피의자 주거가 일정한 점, 기타 사건 경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필요성·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번 사건은 6월 유튜브에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브이로그가 공개되며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영상에 출연한 여성이 만삭에 가까운 상태라 논란이 커졌다. 보건복지부는 브이로그를 올린 유튜버와 수술을 집도한 의사를 살인 혐의로 수사의뢰했고, 경찰은 지난달 12일 이들 2명을 입건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당초 병원장이었던 윤씨가 집도의로 알려졌으나, 실제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8월 중순쯤 추가 입건됐다. 집도의는 다른 병원 소속 산부인과 전문의였던 심씨로,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려 처음엔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으나, 수사 끝에 수술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병원 의뢰를 받고 수술에 참여한 마취의와 해당 병원 소속 보조 의료진(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낙태 브이로그를 직접 유튜브에 올린 20대 여성, 환자를 병원에 알선한 브로커 등 총 9명을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20대 여성에게도 살인 혐의가 적용됐고, 다른 의료진 4명은 살인 방조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브로커 두 명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윤씨에겐 병원 내부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의료법 위반 혐의가 더해졌다.

경찰은 병원을 압수수색해 휴대폰과 태블릿, 진료기록부를 비롯한 관련 자료를 확보했고 최근 종합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를 포함한 의료 전문가로부터 자문 결과를 회신받아 종합 분석하고 있다.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산모의 몸에서 태아를 꺼냈을 당시 살아 있는 아이를 의료진이 사망하게 했는지가 증명돼야 한다. 경찰은 사산(태아가 모체로부터 완전히 분리되기 전에 사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되면서 수사는 지체될 전망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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