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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황홀하고 조화로웠다... 천지의 감동 두 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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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은 가봐야 할 민족의 영산이다. 중국 현지에서 백두산까지 가는 방법은 다양한데, 이번에는 ‘룡정호 민속관광전용렬차’를 이용했다. 교통정체 없이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고, 풍성한 이벤트에 기념품과 간식까지 제공한다.
룡정호 민속관광전용렬차(龙井号 民俗旅游专列)는 중국 선양철도문화관광그룹과 룽징시가 협력해 올 7월 새로 개통한 관광열차다. 5량 315명 정원으로 알록달록한 외부 디자인에 한글로 ‘룡정호 민속관광전용렬차’라고 쓰여 있어 한국의 관광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착각이 든다.
내부는 도파민·동북풍·조선족·만주족·러시아 총 다섯 가지 테마로 단장했다. 움직이는 풍경 영화관이라 할 만큼 차창 밖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운이 좋으면 허룽(和龙) 지역을 지날 쯤 ‘청산리 항일대첩 기념비’를 조망할 수 있다. 1920년 10월 김좌진의 북로군정서와 홍범도의 대한독립군 연합부대가 두만강 상류에서 일본군과 싸워 크게 이긴 청산리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
열차 안에서는 조선족을 비롯해 다양한 민족 공연단이 객차를 순회하며 공연을 펼쳐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탑승객에게 기념품 및 연변의 특별 간식을 제공해 창바이산역까지 2시간 30분이 짧게 느껴진다. 룡정호 민속관광전용렬차는 백두산 여행 수요에 맞춰 부정기로 운행하며, 룽징역에서 오전 8시 출발해 창바이산역에 10시 18분 도착한다. 돌아가는 열차는 창바이산에서 오후 5시 18분 출발해 룽징에 7시 48분 도착한다.
백두산은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와 북한 량강도 삼지연시에 걸쳐 있다. 가장 높은 병사봉(2,744m)과 정상 능선이 칼데라 호수 천지를 품은 영산으로, 압록강 두만강 송화강의 발원지다. 동서남북 4개 코스로 오를 수 있는데 북한에 속한 동파 코스는 갈 수 없고, 중국에서 북·서·남파 코스로 오른다.
첫 일정은 창바이산역과 가깝고 가장 먼저 개발된 백두산 북파 코스다. 북파산문에서 셔틀버스로 한 시간 이동 후 천지환승센터에서 미니승합차로 갈아타고 20여 분을 더 달린다. 승합차는 좁은 급경사 커브 길을 묘기 부리듯 올라간다. 안전벨트를 단단히 맸어도 아찔한 놀이기구를 체험하듯 스릴 만점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했던가. 차에서 내려 천문봉을 오르니 오늘의 주인공 천지가 등장한다. 쾌청한 날씨 덕에 파란 하늘 아래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황홀하고 조화로워 모두들 탄성을 내뱉는다.
사실 백두산 날씨는 누구도 가늠하기 어렵다. 눈, 구름, 안개, 폭우가 변화무쌍하게 조화를 부려 현지에서는 농담으로 “백 번은 가야 (천지를) 두 번 볼까 말까 하다”라고 말한다. 멋진 풍광을 단번에 봤으니 복권이라도 사야 할 것 같다.
다시 미니승합차로 내려온 뒤 셔틀버스로 환승해 10분을 이동하면 종점에 도착한다. 산책삼아 20여 분 느릿느릿 오르면 장백폭포에 이른다. 68m 높이의 수직절벽에서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와 협곡, 하얀 증기와 함께 온천수가 솟아오르는 신비로운 모습이 펼쳐진다. 온천에서 삶은 달걀은 별미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셔틀버스를 이용해 녹연담, 소천지, 지하삼림도 가볼 수 있다.
다음 코스는 백두산 서파. 서파산문에서 셔틀버스로 1시간 30분가량 이동 후 천지환승센터에서 미니버스로 15분을 달리면 주차장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천지에 이르는 북파와 달리 1,442계단을 올라야 한다. 고지대임을 감안해 틈틈이 휴식하며 천천히 오르기를 권한다. 이마저 어려우면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가마를 타는 방법도 있다.
전망대에 올라 다시 천지를 바라본다. 어머님의 품처럼 부드럽고 푸근하다.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시원한 바람이 흘렸던 땀을 식혀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주변을 둘러보다 ‘37호 경계비’에 시선이 멈춘다. 한자로 ‘중국’이라고 표기된 비석 뒤에 ‘조선’이 한글로 새겨져 있다. 중국과 북한의 경계임이 실감난다.
천지 구경을 마치자마자 배꼽시계가 울린다. 계단을 내려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한 곳 뿐인 식당에서 비빔밥을 맛본다. 한국과 비슷하게 밥 위에 각종 채소, 김치, 버섯을 얹었다. 미리 준비한 라면과 함께하니 먹을 만하다.
다시 미니버스를 타고 셔틀버스로 환승해 금강대협곡에 내린다. 생태탐방로 아래로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방불케 하는 비경이 압권이다. 백두산 화산 폭발로 분출한 용암이 흐르며 형성된 V자 협곡과 깊은 원시림, 특이한 형상의 바위 군상이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걸작이다. 셔틀버스를 타고 고산화원·제자하도 들를 수 있다.
백두산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면 12월 31일 출발하는 ‘2025년 새해맞이 백두산 눈꽃 기차여행’을 이용하면 된다. 룡정호 민속관광전용열차를 타고 백두산, 선봉령, 로리커호, 룽징을 들르는 3박4일 일정으로 비용은 119만원이다. 엠투어(055-288-8121, 010-8410-8574)에서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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