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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가정폭력 해명에 이혼 중계까지…방송사의 쉬운 선택, 연예인 가정사

입력
2024.10.23 07: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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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영, '미우새'서 불륜 입장 방송
최동석, '이제 혼자다'서 '심경 방송'
내밀한 가정사·일방 주장 여과 없이 방송
제작진은 가성비, 연예인은 여론 좇은 결과

배우 장신영(왼쪽 사진)은 지난 13일 SBS '미운 우리 새끼'에 나와 남편의 불륜에 대한 입장을 상세히 밝혔다. 아나운서 최동석은 TV조선 '이제 혼자다'에서 일방적인 주장을 펼쳐왔다. SBS·TV조선 제공

배우 장신영(왼쪽 사진)은 지난 13일 SBS '미운 우리 새끼'에 나와 남편의 불륜에 대한 입장을 상세히 밝혔다. 아나운서 최동석은 TV조선 '이제 혼자다'에서 일방적인 주장을 펼쳐왔다. SBS·TV조선 제공

#. 배우 장신영은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 나와 남편의 불륜을 둘러싼 그간의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장신영은 이미 지난 8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장문을 내고 “아이들을 위해 한 가정 안에서 살아가려 한다”는 결심을 밝힌 터였다. 그의 출연을 두고 “지상파 방송이 이런 가정사를 낱낱이 밝힐 일이냐”는 지적이 나왔다.

#. TV조선 예능 ‘이제 혼자다’는 이혼한 연예인들의 '세상 적응기'를 담겠다며 지난 7월 시작했다. 하지만 이혼을 둘러싼 한쪽의 주장만 대변했다. 전직 농구선수 우지원은 이달 초 이 방송에서 10년 전 자신이 선풍기를 던져 가정폭력으로 경찰이 출동했던 사건에 대해 구구절절 해명했다. 또 최동석·박지윤 아나운서의 이혼 분쟁이 갈수록 복잡해지자 제작진은 지난 15일 ‘최동석 심경고백’ 코너를 따로 마련해 "(박지윤에게) 미안하다”는 최동석의 입장을 방송하기도 했다. 일방적 주장이나 당사자끼리 주고받으면 될 얘기까지 방송사가 앞장서서 콘텐츠로 만든 것이다.

눈물 흘리는 전직 농구선수 우지원(왼쪽 위 사진) 등 '이제 혼자다' 출연진. TV조선 제공

눈물 흘리는 전직 농구선수 우지원(왼쪽 위 사진) 등 '이제 혼자다' 출연진. TV조선 제공


온갖 갈등 끄집어내곤 "개인 입장입니다"

방송사들이 연예인들의 내밀한 가정사를 콘텐츠로 만들어 소비하는 행태가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몇 년 새 종합편성채널을 중심으로 ‘이혼 예능’이 예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며 사안을 다루는 수위와 자극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혼 예능은 두 갈래다. 일반인 부부가 출연하는 ‘이혼숙려캠프-새로고침’(JT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MBC) 등은 극단으로 치닫는 부부 싸움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시청률을 노린다. 연예인 등 유명인이 출연하는 ‘한 번쯤 이혼할 결심’(MBN), ‘이제 혼자다’(TV조선) 등은 유명인 부부의 과거 갈등을 다시 끄집어내거나, 한쪽 배우자의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해 화젯거리로 띄운다.

전직 축구선수 정대세는 지난 20일 방송된 '한 번쯤 이혼할 결심'에서 선수 은퇴 책임을 아내와 장모에게 돌렸다. MBN 제공

전직 축구선수 정대세는 지난 20일 방송된 '한 번쯤 이혼할 결심'에서 선수 은퇴 책임을 아내와 장모에게 돌렸다. MBN 제공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은 최근 “아내와 장모의 압박에 은퇴를 했다”는 축구선수 정대세의 발언을 중심으로 가족 갈등을 자극적으로 다뤘다. ‘이제 혼자다’ 제작진은 한쪽의 일방적 주장을 방송하며 ‘출연자 개인의 입장입니다’라는 자막을 넣어 제작진의 책임을 지웠다. 특히 SNS에서 지속적으로 박지윤을 비난해 오던 최동석을 고정출연시켜 온 제작진은 두 사람의 녹취록 공개로 그간 최동석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드러나자, 사과도 없이 최동석 하차로 논란을 종결시켰다.

'이제 혼자다' 제작진은 일방의 주장만 방송하는 위험 부담을 없애기 위해 '출연자 개인의 입장입니다'라는 자막을 넣었다. TV조선 캡처

'이제 혼자다' 제작진은 일방의 주장만 방송하는 위험 부담을 없애기 위해 '출연자 개인의 입장입니다'라는 자막을 넣었다. TV조선 캡처


"연예인만 소진하는 프로, 고립될 것"

방송사들이 너도나도 이혼 예능에 뛰어드는 건 ‘가성비’ 때문이다. 적은 제작비로 높은 화제성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진은 공들인 콘텐츠 대신 너무 쉬운 길을 택해 연예인을 소진하고, 출연 연예인들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갈등과 자극만 무한 반복되는 이런 프로그램은 결국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김 평론가는 “고령화한 시청자들을 붙잡기 위해 가족 갈등 콘텐츠도 점점 더 리얼하고 자극적으로만 흐르고 있다”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같은 포맷으로 반복되는 이런 콘텐츠들은 결국 고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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