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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책 폐기 논란은 도서 검열 때문” 질타에 임태희 교육감의 답변은

입력
2024.10.22 15:41
수정
2024.10.2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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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교육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공문 발송 비판
임 교육감 "검열 사실 아냐, 각 학교 자율로 결정"

2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의원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의원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53)의 대표작 ‘채식주의자’가 경기도교육청의 ‘자율지침’에 따라 도내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년 유해 도서로 지정, 폐기된 것이 경기도교육청의 '도서 검열' 때문이라는 지적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제기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 문제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을 몰아세웠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경기도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유해한 성교육 도서 같나”라며 “경기 학교에서만 2,528건의 성교육 도서가 폐기됐는데 이는 도 교육청의 편향된 지시 때문 아니냐”고 꼬집었다. 도 교육청이 지난해 보수성향 단체 민원에 따라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을 근거로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교별로 유해 도서를 정하도록 한 조치를 겨냥한 발언이다. 백 의원은 “해당 공문 발송 시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를 폐기하라고 주장한 보수성향 학부모 단체의 기자회견과 관련된) 특정 관련 기사를 붙임자료로 보냈는데 보수 기독교 단체와 국민의힘에서 유해 도서라고 주장하는 책들을 찍어내기 하라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정을호 의원은 도 교육청의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 기준’을 문제 삼았다. 그는 “청소년보호법상 유해 매체 심의 기준은 청소년보호위원회 등이 심의할 때 기준이지 학교도서관 운영위원회가 가져다 쓰는 기준이 아니다"라면서 "도서관운영위원회 매뉴얼에도 없는 심의 기준을 들이댄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질타했다.

도 교육청이 해당 공문을 보내면서 ‘성교육 도서 처리 결과 도서 목록 제출’이란 문구를 넣은 게 검열 또는 강압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은 “단순 권고사항 정도일 뿐인데 학교 측에 도서 목록을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를 한 것은 검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도 "도 교육청의 공문 발송은 검열 또는 강압에 해당한다“며 "프랑스나 이탈리에서 어린이 및 청소년에게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밀로의 비너스 조각상을 못 보게 하지 않는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임 교육감은 “문제의 공문에 (오해를 일으킬 만한) 특정 언론사 기사가 붙임자료로 포함된 데 대해선 실무적으로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도서 검열 지적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유해 선정) 도서 문제는 전적으로 각 학교 도서관선정심의위원회의 판단이고 이를 존중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 현장에서 딥페이크를 비롯한 성과 관련된 사고가 일어나는데 이런 문제가 독서에서 생길 수 있지 않냐는 문제 제기가 학부모, 종교단체에서 나왔다"며 "이에 도서지도가 필요하다고 판단, 이를 환기하고 지도하는 차원에서 공문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도교육청은 “학생에게 유해한 도서가 일부 학교 도서관에 있다”는 보수성향 단체 민원에 따라 교육지원청에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 기준이 담긴 공문을 전달하면서 각급 학교가 학부모가 참여하는 도서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유해 도서를 자율로 정하게 했다. 그 결과 2,490개교가 총 2,517권을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판단해 폐기했다. ‘채식주의자’를 폐기한 학교는 1곳이었다. 이를 두고 한강의 작품성을 폄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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