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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호동 농협 회장, 사실상 사조직에 활동비 월 100만 원씩 지급

입력
2024.10.21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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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회에 '농정협력위원회' 신설
국회의원 속한 지역 조합장 연결
중앙회장 연임 등이 주요 안건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신설한 위원회가 사실상 사조직처럼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 조합장에게 매달 활동비를 지급해 '입법 로비 창구'로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8월부터 강 회장 지시로 기획실 산하에 '농정협력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농업정책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국회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라는 취지다. 기획조정본부 소속 조직이 담당하던 대관 업무 일부를 맡긴 셈이다. 농협중앙회가 별도의 '위원회'를 꾸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위원에겐 월 100만 원(회의 참석비 50만 원, 활동비 50만 원)을 지급한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이 위원회를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온다. ①우선 총 19명의 지역 조합장이 임명된 위원회 구성 문제다. 농협 조합장은 총 1,111명인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속 의원의 지역구(18명)에서만 위원을 뽑았다. 나머지 1명은 경북 의성(금성농협) 지역 조합장이다. 공교롭게도 농해수위에 속한 2명의 비례대표 중 1명인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향이 의성이다. 농협 관계자는 “위원회 구성에 별도의 공모 절차가 있던 것은 아니고 중앙회 추천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위원회는 의원실과 자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회 관계자는 “조합장이 회장님 잘 봐 달라고 의원에게 수시로 직접 전화한다”며 “국감 전날에도 저녁을 먹자고 했지만 시간도 없고 국감 직전 식사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만류했다”고 전했다.

②추진 안건도 논란거리다. 회장 연임을 가능케 하는 농협법 개정이나 강 회장 선거 공약인 ‘지역농협 무이자 자금 확대’ 등이 포함돼 있어서다. 강 회장은 18일 국감에서 “공적 조직”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회장 사조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지역 농협 관계자는 “강 회장은 국회 회기 말이 돼서야 농협법 개정을 추진하다 보니 국회를 설득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며 “비상임 명예직인데 오히려 회장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위원회에) 지령을 내리고 입법 로비 창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③활동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강 회장이 취임 후 지역 조합장에게 '100만 원 활동비'를 지급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다 무산됐는데 결국 우회로를 찾았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지역 조합장에게 매달 농정활동비 100만 원 지급' 공약을 걸었다가 취임 후 법률 자문에서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돼 이를 철회했다. 이후 조합운영협의회 참석 수당으로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가 정부 반대에 막혔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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