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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장관·총장 아무도 손 안 댄 '총장 배제 지휘권'… 檢 불신 부메랑 돼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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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린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범행 15년이 지난 사건. 4년 반이나 수사했지만 증거가 없어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얘기다.
의심이 가도 증거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는 게 형사사법 원칙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에서도 1년 넘게 수사했던 사안이니 '봐주기 수사'라고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수사 결과를 바라보는 법조계 시선은 곱지 않다.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게 2020, 2021년인데 이후 3년간 수사 활동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김 여사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는 걸 내세워 사건을 쥐고 질질 끌다가 괜한 의혹만 증폭시켰다는 비판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회심의 일격'이었던 '검찰총장의 수사지휘 배제'는 도리어 수사 지연의 좋은 핑곗거리가 됐다. 검찰 수장 지휘에서 벗어난 이 사건에 대해 누구도 적극적으로 책임을 떠안으려 하지 않았고, 여기저기 눈치를 보며 처분을 미루다 결국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뒤늦게 불기소'하는 최악의 결과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사라진 건 추 전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기 때문이다. 그는 2020년 10월 "윤석열 검찰총장 배우자 연루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말고 그 결과만 보고하라"고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했다.
수사지휘권 배제는 발동 당시에도 위법 논란이 일었다.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 원칙'이나 학문적 자유라는 사회적 가치에 근거해 내려진 2005년 천정배 전 장관의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 지휘와는 달리, 추 전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특정 사건에 대한 총장의 지휘권을 송두리째 배제하는 내용이어서다. 검찰 내부는 물론 학계에서도 "'총장 지휘'라는 형식을 빌려 검찰 자체를 지휘한 것"이라거나 "징계 사유가 없는데도 사실상 직무정지 징계를 내린 것"이라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당시 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장관 지휘를 받아들이며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해당 지휘권 발동이 김 여사와 가족 관계도 아닌 후임 총장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는 점이다. 후임 장관들은 물론 총장들도 ①해당 지휘권 발동 대상은 '윤석열 개인'이 아니라 '검찰총장직'이고 ②이를 취소하는 별도 지휘권 발동이 없다면 후임 총장 역시 도이치 사건을 지휘하지 못한다고 해석했다.
결국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총장 지휘권 배제는 4명의 장관(추미애·박범계·한동훈·박성재)과 4명의 총장(윤석열·김오수·이원석·심우정)을 거치는 동안 유지됐다. 김오수 전 총장은 지휘권 회복을 요청했으나 박범계 전 장관은 "진의가 왜곡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이원석 전 총장의 지휘권 회복 요청도 묵살당했다. 윤석열 정부 장관들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대통령 공약 사항인데 지휘권을 복원하는 것도 장관의 수사지휘에 해당하니 들어줄 수 없다"는 '말장난'에 가까운 논리로 물리쳤다. 게다가 이 전 총장 역시 취임 초기가 아닌 여당이 총선에서 대패하고 난 뒤 임기가 끝날 무렵 지휘권 회복을 요청해 진위를 의심받았다.
'후임 총장도 지휘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옳은지에 대해선 법조계 의견은 아직도 분분하다. 애초에 위법 논란이 있었지만 윤 대통령이 검찰 수장일 땐 총장이 피의자 가족이라 그나마 납득 가능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마저 사라진 상황이라 '지휘권 배제'는 후임 총장에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했지만, 총장들은 이를 소극적으로 해석하고 책임을 회피했다. 한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는 "현 총장(윤석열)과 피의자(김건희)의 관계를 이유로 후임 총장들의 지휘권까지 배제하는 수사지휘권 발동이었다면, 애초에 그 같은 지휘권 발동 자체가 위법한 게 아닌가"라며 "통상적이지 않은 해석을 유지해 온 이유는 사실 아무도 이 사건을 괜히 건드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말도 안 되는 형식 논리"라며 "솔직히 수사지휘를 하기 싫어서 안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 내에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의혹만 무성할 뿐 처벌하기는 쉽지 않은 '뜨거운 감자'였다. 수사 초기 검찰총장의 배우자였던 김 여사가, 후반기에는 '영부인'이 된 것도 한몫했다. 증거가 없다고 섣불리 무혐의 처분을 하면 '봐주기' 논란에, 실패한 주가조작 사건의 방조 혐의에 강제수사의 칼날을 들이대면 '과잉수사' 논란에 휩싸일 게 뻔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총장 지휘권을 회복시키는 것 자체가 여러 정치적 해석을 낳고 수사에 외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총장이 지휘하지 않는 사건 처분은 차일피일 늦어졌다. 김 여사 소환조사는 좀처럼 성사되지 않았고, 수사팀은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재판 결과를 본 뒤 판단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한참 남은 선고를 기다리고 그 결과에 따라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그런 기관이었냐"며 "국민들이 보기에는 다른 전주의 무죄를 기다리는 '김 여사 봐주기'로 비쳐졌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창수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이후 불거진 '총장 패싱' 논란의 명분을 제공한 게 다름 아닌 총장의 수사지휘 배제라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중앙지검은 7월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묶어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대면조사했는데, 수사팀은 총장이 지휘할 수 없는 도이치 사건이 조사 내용에 포함돼 있다는 근거를 들며 조사 일정이나 장소, 방식 등을 이 전 총장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 대면조사는 김 여사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이어졌고, '콜검'이란 오명을 뒤집어쓴 검찰의 수사결과 불신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검찰이 17일 김 여사의 주가조작 방조 등 혐의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4시간 동안 브리핑과 질의응답을 진행했지만 국민이 납득할지는 미지수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사는 아무리 욕을 먹더라도, 증거가 없으면 무혐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통상적인 사건대로 처리했으면 될 일을 너무 눈치를 보며 오래 갖고 있다가 의혹만 키웠다"고 짚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4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한 과거 수사팀과 지휘부, 전임 총장들에게, 오히려 현 수사팀보다 더 큰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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