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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과 韓, 검찰 수뇌부 그리고 김건희… '도이치 수사'를 망친 사람들

입력
2024.10.21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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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총선' 등 이유 방어막… 비협조 일관 金여사
②"항소심 재판 봐야" 시간만 끈 검찰 수뇌부
③"수사지휘 않는 게 공약" 황당 논리 편 장관

동남아 3개국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동남아 3개국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불기소로 일단락되는 과정을 지켜본 전·현직 검사들은 결론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검찰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검찰이 수사 착수 후 4년 동안 '시간만 끌며 논란을 키웠다'는 점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물론 검찰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김건희 여사, 이를 용인한 윤석열 대통령, 뒤늦게 '국민의 눈높이'를 언급하지만 정작 법무부 장관 시절 할 일을 안 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대선' '총선' 방어막 뒤에 숨은 김 여사

국민들이 검찰 수사를 납득할 수 없게 만든 1차 원인 제공자는 단연 김 여사다. 2021년 12월 일방적으로 형식적 해명만 담긴 15쪽 분량의 서면진술서를 제출한 뒤 줄곧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검찰이 재차 보낸 서면질의엔 정치적 악용 가능성(총선) 등을 이유로 1년이 지나 답변을 보냈다. 대면조사도 올해 7월 20일에야 이뤄졌다.

1·2심 재판부에 따르면 김 여사 계좌들이 주가조작에 이용된 건 주지의 사실. 검찰과 법원이 '통정매매'(서로 짜고 주식을 매매하는 것)라고 판단한 계좌에 대해 김 여사는 서면진술에서 '직접 거래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여러 상충된 발언과 정황 등을 말끔히 해소하려면 김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는 필수였다. '특수통' 수사 전문가 출신 윤 대통령이 이를 몰랐을 리 없지만 배우자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올해 5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송경호 부산고검장 등 김 여사 사건 지휘부가 모두 교체됐다. '김 여사 조사 시도에 대한 정권 의중이 반영됐다'는 말이 파다했다. 올 초 수사팀 의견을 보고받은 송 고검장이 대통령실 측에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는 데 대한 불쾌감이 표출된 것이라는 얘기였다.

'김 여사 감싸기'에만 급급했던 대통령실 참모 및 김 여사 측근도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들이 대통령 부부에게 정확한 상황을 전달하거나 적절한 조언을 하지 않은 정황은 7월 김 여사 대면조사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는 분석이 있다. 일부 쟁점이 될 수 있는 대목에 대해 김 여사가 "제가 이렇게 얘기를 했었나요"라고 말했다는 대목이다. 앞서 김 여사가 검찰에 두 차례 서면 답변을 보내는 과정에서 참모진이나 측근이 당사자에게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했다면 이런 반문이 나왔겠느냐는 것이다.

검찰이 법원 판단을 지켜본다고?

수사 주체인 검찰도 할 말은 없다. 현직 대통령 배우자라는 특성 등을 감안해 강제수사 강행이 쉽지 않다는 현실론을 고려해도 검찰이 소극적으로 수사했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무엇보다 김 여사가 수사에 비협조하는 동안 권오수 전 도이치 회장 등 항소심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며 처분을 미룬 건 '악수(惡手) 중의 악수'였다. 실제 지난해 2월 권 전 회장 등 1심 선고부터 올해 9월 항소심 선고까지 복수의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취재진에 열 차례 이상 '항소심을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법원에서 법리와 사실관계가 가려지기를 기다릴 거면 왜 수사를 하고, 항소를 하느냐"면서 "김 여사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직전 수사 지휘라인 역시 실제로는 시간을 벌려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라고 일갈했다.

"수사지휘 못 한다"던 한동훈 책임론

한 대표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권 교체 후 첫 법무부 장관으로서 수사지휘 체계를 정상화하지 않아서다. 다수 전·현직 검찰 간부는 그가 최근 '총장 지휘권 복원은 또 다른 장관 수사지휘권 행사라 못 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 "무책임한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 역시 수사지휘권 복원을 건의했지만 그 시점이 여당이 총선에서 대패한 뒤 퇴임 직전이라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이 전 총장이 송 고검장 등 중앙지검 지휘부 물갈이 인사가 이뤄진 5월 인사 당시 출근길 '7초 침묵'으로 불편한 심경을 표출한 것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반발한다고 될 일은 아니었다"(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인색한 평가가 나온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수사팀은 물론 전·현 정부 검찰 지휘부, 대통령실과 법무부 모두 '충분히 수사했는지' '수사 결과대로 책임지고 결론을 냈는지' 반성해야 할 사건"이라고 정리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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