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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진격의 TSMC ②부진한 삼성전자·인텔...반도체 업계, 옥석 가리기 빨라진다

입력
2024.10.18 04:30
수정
2024.10.18 06:4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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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인텔 파운드리 위기에
TSMC '나홀로 어닝 서프라이즈'

대만 신주시의 TSMC 박물관 전경. 로이터 연합뉴스

대만 신주시의 TSMC 박물관 전경. 로이터 연합뉴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3분기(7~9월) 14조 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냈다.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으로 '인공지능(AI) 훈풍'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인텔, 삼성전자 등 경쟁 업체들이 고전을 이어가고 있어 반도체 기업들의 운명이 엇갈리며 분화가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TSMC는 3분기 순이익이 3,252억6,000만 대만달러(약 13조8,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2% 늘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7,596억9,000만 대만달러(약 32조3,000억 원)로 39% 증가했다. 모두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뛰어넘은 수치로 직전인 2분기(4~6월)보다는 31.2%, 12.8% 늘었다.

지역별 매출 비중은 북미(71%), 중국(11%), 아시아·태평양(10%), 일본(5%) 순이었다. 특히 북미 비중이 2분기보다 6%포인트 커졌다. 첨단 공정 비중은 5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가 32%로 가장 많았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H100이 TSMC의 5나노 제품군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4N 공정에서 만들어진다. 7㎚는 17%, 3㎚는 20%였다.

TSMC는 엔비디아와 AMD의 AI 가속기뿐 아니라 애플, 퀄컴, 미디어텍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만들고 있다. 애플 아이폰용 'A18' 칩, 미디어텍 '디멘시티9400', 퀄컴 스냅드래곤8 4세대 등 첨단 반도체 상당수가 TSMC에서 나왔거나 나올 예정이다. 첨단 파운드리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인텔을 따돌리고 '나 홀로 성장세'를 보인 TSMC는 4분기에도 이전 시장 기대를 뛰어넘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어닝쇼크' 하루 만에 '어닝 서프라이즈'

TSMC, ASML, 삼성 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영업이익. 그래픽=이지원 기자

TSMC, ASML, 삼성 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영업이익. 그래픽=이지원 기자

전날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16% 이상 폭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ASML은 3분기 매출 74억4,000만 유로, 매출총이익률 50.8%로 컨센서스를 넘어선 실적을 냈지만 같은 기간 집계한 예약 매출이 26억 유로로 시장 전망(56억 유로)의 반토막 수준에 그쳤다. ASML은 반도체 기업이 장비를 선주문하면 이를 공급, 설치해주고 나서야 매출이 잡히는 구조라 예약 매출을 중요한 실적 지표로 활용한다. 회사는 2025년 순매출 전망도 기존보다 낮춘 300억~350억 유로 수준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AI 칩을 제외한 모든 반도체 칩 수요 회복이 더디다"며 "(반도체 장비) 수요 부족 상황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TSMC가 역대급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런 진단이 무색해졌다. 반도체 업계 전체가 아닌 ASML의 문제라는 말이다. 블룸버그는 AI 데이터센터(IDC) 구축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삼성전자나 인텔 같은 ASML의 주요 고객사가 어려움을 겪는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한다.

인텔은 8월 초 2분기 매출 128억3,000만 달러(약 17조 1,900억 원)에 순손실 16억1,000만 달러(약 2조 1,5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파운드리의 대규모 적자가 포함돼 있다. 경영난으로 전 세계 직원의 15%를 구조조정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체 부익부 빈익빈 심화될 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도 비메모리 사업에서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부진한 실적으로 전영현 부회장이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는데 증권가는 3분기에만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설계) 사업은 1조 원 이상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새 반도체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를 두고 "변화하는 상황으로 인해 조금 힘들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쟁사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TSMC는 값비싼 장비를 무리해서 사 모을 이유가 사라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업체들도 투자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며 "빅테크들의 경쟁적 투자로 첨단 반도체 생산량이 폭증,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을 염려해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약하자면 AI가 실적을 밀어 올린 반도체 시장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본격화했다는 뜻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62.3%, 삼성전자는 11.5% 점유율을 기록했다. TSMC의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보다 5.9%포인트 늘었다. 메모리 시장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D램 시장에서 중국 메모리 업체 점유율이 올 3분기 6%에서 내년 3분기 10%를 넘어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렇게 되면 10년 이상 이어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개 사의 과점 구도가 사실상 깨지게 된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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