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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인은 브로커의 먹잇감... 불법 선거 대가는 돈과 인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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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좋다고 선거 도와주는 게 어딨냐. 본인 취직자리를 주든지, 자녀 취직을 시켜주든지, 사업 도움을 주든지. 이익을 줘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2021년 5월 어느 날. 전북의 한 사무실에서 이중선 당시 전주시장 예비후보와 만난 A씨는 솔깃한 제안을 건넸다. 200명 규모의 조직을 동원해 당내 경선에서 이기게 해줄 테니, 당선되면 향후 전주시 건설공사 사업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였다. 이전부터 정치권 인맥을 과시하며 지방선거와 총선 때마다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냈던 A씨는 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꾼'이었다. 선출직에 첫 도전장을 던진 정치 신인 이씨는 정치 브로커 A씨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A씨 요구는 갈수록 노골적이었다. 그는 2021년 10월 전북에서 이씨를 다시 만나 "전주시 국·과장 자리가 120개가 넘는데, 거기서 왜 5, 6개 자리를 못 주는가"라며 "건설·토목 관련 인사권을 준다면 선거를 돕고, 아니면 더 이상 돕지 않겠다"고 엄포까지 놨다. 그러나 이씨는 A씨 요구를 단호하게 뿌리쳤다. 이게 아니다 싶었던 이씨는 2022년 4월 선거 브로커들의 실상을 폭로하고 전주시장 예비후보를 사퇴했다. "이런 기자회견마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얄팍한 수로 인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로 인해 정치권의 고질병인 정치 브로커들의 행태가 부각돼 논란이 거세다. 수법은 천차만별이지만, 이들은 당선을 도와주는 대가로 현찰부터 사업권까지 각종 이권을 챙긴다. 명씨도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내세우면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예비후보에게 접근, 경선 통과를 미끼로 대선 여론조사 비용을 뜯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치 브로커들의 주된 타깃은 '출향'한 정치 신인이다. 뚜렷한 지역 기반이 없이 단기간에 많은 표를 얻으려면 지역 토호들과 결탁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특히 경선 승리가 곧 당선인 지역은 정치 브로커들이 선거 때마다 활개를 친다. 경선은 통상 당원투표로 결정 나는 만큼, 지역 조직을 많이 가지고 있는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야권의 한 재선 의원은 20일 "첫 출마 당시 '주는 돈에 비례해 당원을 모아서 주겠다'고 했던 브로커가 있었다"며 "돈이 없어서 거절했다"고 귀띔했다.
심지어 불법 선거를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 2020년 총선에서 권리당원에게 일반당원으로 중복투표할 것을 권유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의원직이 상실된 이상직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 전 의원에게 당원 중복투표가 가능하다는 불법 전략을 제안한 건 정치 컨설팅 업체 B사였다. 당시 이 전 의원과 B사 간 계약한 컨설팅 비용은 2,800만 원이었으나, 실제 이 전 의원이 준 돈은 그보다 적은 2,030만 원이었다. 최근에는 영향력이 커진 유튜브 채널에 출연시켜주는 대가로 일정 금액을 챙겨가는 신종 정치 브로커도 등장했다.
문제는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정치 브로커들의 행보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명씨는 최근 MBC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을 비롯해서 자신과 거래한 정치인만 30명이 넘는다며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유력 정치인"이라고 과시하기도 했다. 여당 관계자는 "선거 때만 되면 출마자들에게 접근해서는 '내가 이 지역의 당원 명부를 갖고 있다거나 특정 협회의 회원 연락처를 전부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브로커가 활개 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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