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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내리자"면서 치고 빠지는 이재명, 끝내 '탄핵'의 선을 넘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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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징치(懲治·징계하여 다스림)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여러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인천 강화군수 재보궐선거 유세에서 한 발언입니다. 그러자 여권에서는 '사실상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거론했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여권에서 이렇게 발끈할 일인지 발언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이 대표 발언을 조금 더 확인해 보겠습니다. "끌어내려야 한다"는 이유로 이 대표는 "여러분을 위해 일하라고 월급 주고 권력을 맡겼는데, 그 권력과 예산으로 자기들 개인적 뱃속을 채우고, 범죄를 숨기고,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데 그 권력을 쓰면 여러분이 '안 된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최고 권력자는 윤 대통령입니다. 또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검찰이 잇따라 면죄부를 주면서 비판 여론이 비등합니다. 굳이 야당 지지층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윤 대통령 부부가 생각날 수밖에 없는 발언입니다.
지난 8월 당대표 취임 이후 이 대표는 공개 석상에서 탄핵 발언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 지도부 주변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의 불을 지피는 데 골몰했습니다. "국민이 심리적 탄핵 상태에 돌입했다" "김 여사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법을 윤 대통령이 거부하는 것은 '이해충돌'로 탄핵 사유가 된다"는 발언이 대표적이죠. 이런 발언은 "범죄를 숨기고,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데 권력을 쓰면"이란 이 대표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여당은 발끈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가)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구호를 앞장세우면서 선거판을 정쟁의 장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인의 범죄를 숨기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거대 야당 대표의 힘을 쓰면 안 된다"며 공세를 퍼부었죠. 그러자 이 대표는 "일반적인 민주주의 원리를 얘기한 것"이라며 "탄핵을 얘기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되레 "머릿속에 딴 생각이 가득 있으면 다른 사람이 멀쩡한 얘기를 해도 다른 얘길 한다"고 역공을 폈죠.
이 대표는 2022년 대선 때부터 공식적으로 탄핵을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함부로 탄핵을 꺼내서는 안 된다"는 주변 참모들 조언을 받아들였다는 얘기인데요. 이는 자칫 섣부른 탄핵 주장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제 이 대표가 올해 4월 총선 직후 유튜브로 생중계된 당원과의 대화에서 "윤석열 탄핵"이란 댓글을 읽었다가 황급히 웃으며 "내가 안 읽은 것"이라고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 일도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이 대표가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데 '탄핵'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 대표는 2016년 경기 성남시장 재임 당시, 가장 먼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습니다. 당시 민주당 주류에서 "탄핵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신중했지만, 비주류였던 이 대표는 거리낄 게 없었습니다. 국정농단 관련 의혹이 터져 나오자, 박 전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는 '사이다'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론의 지지까지 받자 이 대표는 불복종 퇴진 운동까지 이끌었습니다. 기초단체장에 불과했던 이 대표가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2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이듬해 경기지사까지 당선된 데는 '탄핵'의 힘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대표가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선 이후 직접적으로 탄핵을 입에 올리진 않았지만, 탄핵을 암시하는 발언까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부산을 찾아 "더 이상 쓸 수 없는 사람들이라면 이젠 해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원 방문에서도 "이제는 권력을 회수할 때다. 서슬퍼런 박근혜 정권조차도 우리가 힘을 모아서 권좌에서 내쫓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재보선을 앞둔 9월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사자성어도 올렸습니다. 배를 띄우는 것은 물이지만 그 배를 전복시키는 것도 물이라는 뜻으로,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정국이었던 2016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였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이 필요할 때 탄핵을 생각나게 하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사법리스크 때문에 정치적 위기에 몰렸을 때도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지난해 9월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단식에 돌입했을 때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이 대표는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 출연해 "링 위에 올라가 있는 선수들이 '국리민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리는 게 민주주의"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미뤄보면 다음 달 '위증교사'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판결 때문에라도 이 대표가 탄핵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만약 법원이 이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형량도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수준(위증교사는 금고형 이상·선거법 위반은 벌금 100만 원 이상)이 나온다면,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의 내용과 시점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만약 실제 윤 대통령 탄핵이 이뤄진다면 조기 대선도 불가피해집니다. 법원으로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이 대표에 대한 재판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민주당이 최근 김기영·이영진·이종석 전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2명의 몫을 차지하려고 고수하는 것도 탄핵 재판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어떨까요. 탄핵 대비 움직임은 분명히 감지됩니다.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사실상 국정 운영 능력이 없는 '준 무정부 상태'로 '장기 연명·국가 골병' 상태가 향후 예견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지난달부터는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 등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계엄령을 발동할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정책과 조직, 전략 등을 총괄할 기구를 만들겠다는 취지의 '집권 본부 플랜'도 마련했습니다. 한 야당 인사는 "민주당이 계엄령을 벌일 만큼 무시무시한 일, 즉 탄핵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탄핵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입니다. 윤 대통령 부부, 특히 김 여사의 각종 비리 의혹에 관한 의심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순실 사태'의 태블릿PC처럼 결정적 '스모킹 건'이 나온 상황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민주당의 전략적인 인내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열차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제일 늦게 탑승했던 전례도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죠. 아울러 여당 내부 상황도 기민하게 지켜봐야 합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여당의 간판이었던 김무성 전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이 이미 배신자로 낙인찍혀 돌아선 상황이었고 상당수 의원들이 이에 동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은 한동훈 대표가 아직 친윤석열계까지 장악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 대표는 2017년 발표한 저서 '대한민국 혁명하라'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 "우리는 불의한 권력을 무너뜨리면서 두려움을 극복해왔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이기에 우리는 이기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의 경우 실제 민주당이 원하는 탄핵까지는 ①김 여사 의혹의 스모킹 건 ②김 여사 의혹 특검 ③국민적 여론 악화라는 요건이 채워져야 하고, 이마저도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민주당이 원하는 3가지 요건이 갖춰진다면 이 대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을 위해 옛날의 '사이다'로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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