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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아래, 사람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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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을 앞둔 퇴근길, 때마침 난 자리까지 운 좋게 차지하고 앉으니 슬쩍 웃음이 났다. 소소한 행운을 비웃기라도 하듯 불안하게 울리는 휴대폰 소리. 퇴근 후에는 영 반갑지 않은 회사연락인가 구시렁거리며 보니, '국경없는의사회'에서 긴급구호 도움을 청하는 문자메시지였다.
이미 열흘 전 기준으로도 104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900명이 사망, 이제는 120만 명의 피란민에 2,300명 사망. 결코 아름답지 않은 숫자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폭격 내용이 상세한 외신까지 이리저리 뒤져서 읽다 보니 대책 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려 이를 악물게 되었다.
서로를 향한 테러를 계속하며 피비린내 나는 악연을 이어온 40년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사이의 도무지 해답을 찾을 수 없는 갈등. 지난달 수천 대의 무선호출기가 동시 폭발하는 테러가 발생한 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 수백 기의 미사일을 쏘며 전면전으로 향해 가고 있다. 전쟁 능력이 약화되면서 이스라엘의 집중폭격을 당한 레바논 남부는 이제 폐허로 변했다.
이스라엘 바로 위, 레바논 남부에 사는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북쪽 국경과 닿아 있다는 것이 피할 길 없는 저주다. 뉴스의 지도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은 지역은 그저 빨간 점 하나로 표시되었다. 타격 지점을 표시한 빨간 점들이 레바논 남부 여기저기에 수두룩하게, 지명조차 없이 '우두두두' 찍혀 있었다. 사람이 살던 집은 무너져 내리고, 잔해에서 귀중품은 챙기지도 못한 채 피란을 나서고, 머리 위로 언제 폭탄이 떨어질지 모를 공포 속에 노숙을 하고, 살아남은 이들은 빵 한 덩이 통조림 한 캔을 구하기 위해 긴 줄을 섰다.
그래서 말하고 싶어졌다. 미사일이 한 발 한 발 내리꽂힌 그곳은 사람이 사는 마을이었다. 미사일에 입력된 공격 좌표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다정한 마음으로 부르는 이름이 있었다. 피란 행렬로 가득 찬 도로에까지 폭격이 가해진 '티레'는 로마시대에는 금보다도 귀했다는 자주색 염료의 특산지로 유명한 도시다. 그 시절의 항구에 여전히 배를 정박하고 그물을 손보던 아저씨는 동양인 여행자가 신기했는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지난해 교전 시작 때 처음 공격받은 '비블로스'는 이집트의 파피루스를 가져오고 레바논의 백향목을 파는 중개무역으로 큰돈을 벌었고 바다를 향해 신전을 지었다. 참 따뜻한 노란색이 도는 돌집들 사이로 여행자를 맞이하는 시장골목이 이어졌고, 그 길 위에 꽃그늘이 지도록 사람들은 나무를 키웠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간부를 겨냥한 미사일이 내리꽂힌 '시돈'에는 십자군 시절의 성채 안에 레바논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 있었다. 드문드문 오는 손님을 기다리며 물담배를 피우던 주인장이 단골 팔라펠 가게를 알려 주었는데, 30년도 넘게 카운터를 지키던 꼬장꼬장한 할아버지는 이제 어디서 팔라펠을 만들어야 할까.
레바논을 여행하며 알게 된 이들이 무사한 지 SNS 담벼락을 뒤져 보다가 울컥 화가 치밀었다. 무차별로 쏟아지는 미사일에 맞지 않는 '행운'을 부디 가지기를 빌어야만 하는 참담함이란. 오늘 현재, 레바논 인구의 4분의 1이 피란길에 나섰다. 쓸데없이 참 아름다웠던 그곳의 이름들을 한 자 한 자, 힘주어 불러본다. 살아남길 바라는 기도 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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