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30일 지켜본다"... 이스라엘에 또 '무기 중단' 시사, 미국 최후통첩 효과 있을까

입력
2024.10.16 21:00
구독

미 정부 "가자 인도 지원 개선하라" 압박
구호품 정점 대비 반토막 "긴박한 상황"
대선 후로 마감 설정 "정치적 부담 피해"
전문가 "이란 갈등 격화 상황서 불가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정치 행사에 참석해 격정적인 표정으로 연설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정치 행사에 참석해 격정적인 표정으로 연설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 상황 개선을 요구하며 '무기 지원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사실이 15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앞으로) 30일만 지켜보겠다"며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자지구 전쟁) 개전 1년 만에 미국이 이스라엘에 가장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 대선을 3주 앞두고 이스라엘에 '1개월'이나 시간을 준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였을 뿐이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미국의 이 같은 결정이 나온 배경과 이행 가능성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 미국의 요구는 무엇인가?

=미국은 가자지구의 식량 부족·의료 시스템 붕괴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본다. 이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13일 "가자지구 내 최소 350대 트럭 분량의 지원 물품 반입을 허용하고, 향후 4개월간 백신 접종 등을 위해 전투를 중단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요구 서한을 이스라엘 정부에 보냈다. '향후 30일 이내 구체적 조치가 없을 땐 대(對)이스라엘 무기 지원 중단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였다.

Q. 가자지구 내 인도적 지원은 얼마나 줄었나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이달 들어 가자 북부에서 총 54차례에 걸친 구호품 반입 시도가 있었지만, 이스라엘 당국이 보안상 이유를 들어 단 한 차례만 허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가자 주민 약 100만 명이 굶주림의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도 15일 기준 구호품 보급량이 "가장 많았던 시점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번 서한을 두고 "가자 상황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긴박감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가자지구 데이르알발라에 있는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 앞뜰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천막동 공습으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데이르알발라=AP 뉴시스

지난 14일 가자지구 데이르알발라에 있는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 앞뜰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천막동 공습으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데이르알발라=AP 뉴시스

Q.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얼마나 지원하나

=미국은 이스라엘의 최대 무기 지원국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원조 규모는 연간 38억 달러(약 5조1,7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가자지구 전쟁 이후 1년간 이스라엘에 집중적으로 무기를 공급해 왔다. 미 브라운대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미국의 대이스라엘 군사 지원 규모는 최소 179억 달러(약 24조2,000억 원)에 이른다.

Q. 미국의 무기 중단 실현 가능성은 있나

=전문가들은 회의적 반응이다. 미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 연구원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격화한 상황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제한한다는 것은 양국 간 신뢰를 시험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미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지상군 투입을 예고했을 때도 '강행 시 공격 무기와 포탄 지원 등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중동 확전 국면과 맞물리며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지속했다. 이번 서한도 '엄포'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15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있는 알나세르 병원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의 장례식이 진행된 가운데, 유족들이 슬픔에 빠져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15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있는 알나세르 병원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의 장례식이 진행된 가운데, 유족들이 슬픔에 빠져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Q. 왜 '30일'인가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통보한 마감 시한은 '30일 이내'다. 3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11월 5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스라엘을 압박해 남은 선거 운동 기간, 민주당에 대한 무슬림·아랍계 미국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한 것이라는 뜻이다. 이와 동시에 '대선 이후'까지 시간을 벌면서 친이스라엘 진영의 반발 가능성을 차단해 정치적 부담도 줄였다는 것이다. 아넬 셸린 정치학 박사는 WSJ에 "(대선까지) 남은 3주 동안 격전지의 무슬림 및 아랍계 유권자를 설득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데드라인을 대선 이후로 잡은 건 "(바이든으로서) 매우 편리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Q. 이스라엘의 반응은

=이스라엘은 일단 미국 정부의 서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자는 "서한에서 제기된 우려들을 미국과 함께 대처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스라엘이 이미 협조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미 CNN방송은 서한 발송 하루 만에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지원품 사진을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COGAT는 엑스(X)에 "이스라엘은 가자 내 인도적 지원을 계속 허용할 것"이라고 썼다.

조아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