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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EO가 주가 부양에 목숨 거는 까닭... "연봉의 70% 이상이 '조건부'"

입력
2024.10.28 07: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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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에 발목 잡힌 밸류업]
국내와 달리 美·日 기업 밸류업 '활발'
주가 부양 등 성과 내야 RSU 보상 지급
국내 일부 기업 도입... '승계 악용' 비판 직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 스티브잡스극장에서 열린 아이폰 신제품 출시 행사에 참석해 손가락으로 'V'를 그려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 스티브잡스극장에서 열린 아이폰 신제품 출시 행사에 참석해 손가락으로 'V'를 그려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받은 연봉은 6,320만 달러(약 870억 원)에 달했다. 이 중 기본급은 300만 달러에 그친다. 나머지는 '회사가 제시한 조건을 달성한 대가'로 받은 애플 주식이다. 조건이 세세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주가 상승률이다. 지난해 50% 이상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 치운 애플 주가 덕에 쿡 CEO는 11만 주에 달하는 주식을 받았고 주식 가치도 그만큼 올랐다. 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CEO가 주가를 올려야 할 명분이 뚜렷하게 주어진다. 승계 문제가 걸린 국내 재벌 기업과 달리 미국과 일본에서 자체적인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노력이 활발한 이유다. 미국과 일본 기업의 '직업' CEO는 주주를 만족시켜야만 장기적으로 자리를 지키면서 더 높은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다.

보상 방법은 성과를 조건으로 주식을 무상 제공하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이 대세다. 스톡옵션이 추후 주식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라면 RSU는 일정 조건하에 양도 제한이 해제되는 주식을 무상으로 주는 방식이다. 여기서 조건은 보통 근속 및 성과 달성이다. 예컨대 4년간 매해 100주씩 주식을 무상으로 주는 대신 연간 주가 상승폭이 3% 미만일 경우 주식 교부가 취소되는 식이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가 미국 기업 900여 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RSU 도입 여부에 따른 성과 비교. 한국경영학회 제공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가 미국 기업 900여 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RSU 도입 여부에 따른 성과 비교. 한국경영학회 제공

2000년대 초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등 대기업이 적극 도입하기 시작한 RSU는 이후 유럽에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나 SAP 등이, 최근에는 일본 도요타·소니 등이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가 2017~2023년 미국 증시 상장 기업 901곳을 대상으로 RSU 도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중 78.7%가 이 기간 지속적으로 RSU를 지급했다.

특히 RSU 도입 기업은 미도입 기업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 시가총액 면에서 더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양 교수는 "RSU는 스톡옵션에 비해 직원이 회사에 오래 남아 있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한다"며 "밸류업의 궁극적 목표를 고려하면 RSU의 적극적 도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도 RSU 제도를 도입하는 대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화와 두산,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다만 재벌 체제 아래에선 RSU 제도가 경영권 승계에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양 교수는 국내 기업이 밸류업을 위해 RSU를 적극 도입하되, 우려되는 지점은 규제가 아닌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및 주주총회 영향력 강화 등의 방식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으로 회사에 대주주 또는 CEO가 기여를 하고 있는지, 그에 걸맞은 수준의 주식 보상이 부여되는지를 각 회사 이사회와 주주가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양 교수는 "경영진 보수 결정에 주주가 참여해 적정 여부를 판단하는 '세이 온 페이(Say On Pay)' 제도 등을 미국·영국처럼 적극적으로 도입하거나, 주총에서 이사회 추천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결국 기업 밸류업을 가장 원하는 주체는 주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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