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네타냐후, '이스라엘 건국' 놓고 장외 설전… "유엔 덕분" vs "독립전쟁"

마크롱 "유엔 결정으로 이스라엘 생겨"
레바논 주둔 유엔군 공격 꼬집었지만
네타냐후 반박… 프랑스 과오도 꺼내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0월 예루살렘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AP 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건국 과정'을 놓고 장외 설전을 벌였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세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이 상호 갈등으로까지 비화하는 양상이다.

프랑스 매체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자기 나라(이스라엘)가 유엔의 결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유엔의 결정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고 발언했다. 이스라엘이 최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공세를 강화하면서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까지 공격한 것을 꼬집은 발언이다.

그러자 네타냐후 총리도 반박 성명을 냈다. 그는 "이스라엘 국가 수립은 유엔 결의안이 아니라 독립전쟁에서 많은 영웅적 용사들이 흘린 피로 거둔 승리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전쟁의 참전자 다수는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의 생존자이며, 여기에는 비시 프랑스 정권에서 살아남은 이들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1939년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 협력했던 '비시 프랑스' 정부가 유대인 탄압에 동참했던 역사를 상기시킨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언급한 '유엔 결정'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인 1947년 11월 29일 통과된 유엔 결의안 181호를 가리킨 것이다. 여기에는 영국의 위임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 땅의 약 56%를 분할해 유대인들에게 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듬해 5월 14일 영국령 팔레스타인 분리독립이 확정되면서 이 지역 유대인 공동체들이 모여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했고, 이튿날 이스라엘이 '건국전쟁'이라고 칭하는 제1차 중동전쟁이 발발했다. 이스라엘은 약 10개월간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싸워 지중해·홍해 바닷가까지 점령지를 늘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프랑스와 미국이 제시한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안'을 네타냐후 총리가 걷어찬 이후 이스라엘 군사 작전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시 이스라엘은 물밑 조율 과정에서 휴전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갑자기 입장을 뒤집어 미국·프랑스를 곤혹스럽게 했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