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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듯 같은, 엔비디아·파타고니아

입력
2024.10.16 00:00
26면

지난해와 올해 각각 소비자 평판 '1등 기업'
업종과 창업 동기, 성장방식은 모두 달라도
기술 및 제도혁신으로 자본주의 진화 선도

로이터, AFP

로이터, AFP

지난주 미국 주식시장은 연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뜨거웠다. 정체된 한국 주식시장과는 대조된 행보이다. 엇갈린 행보의 원인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미래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선도기업이 있는지의 차이이다. 미국 증시의 질주는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스탠퍼드 대학원 출신 젠슨 황이 1993년 "세상은 꿈꾸고 이를 실행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정신으로 창업하였고 1999년 나스닥 시장에 상장되었다. 이후 부침도 있었지만 최근 생성형 AI의 언어 모델을 훈련하는 데 엔비디아의 그래픽 칩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기업가치가 급등하였다. 2020년 시가총액 20위권 기업으로 성장하였고, 올해에는 지난 1년 주가가 3배 폭등하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세계 최대가치 기업으로 도약하였다.

더불어 엔비디아의 기업 평판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매년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평판 좋은 100개의 기업을 선정하는 액시오스-해리스(Axios-Harris) 조사가 있다. "마음속에 가장 강하게 떠오르는 기업"을 묻는 이 조사에서 엔비디아는 2024년 최고평판기업으로 뽑혔다. 소비재가 아니라 반도체 칩 생산기업이 선정된 것도 특이한 일이지만, 작년까지는 아예 100개 기업 명단에도 끼지 못했던 엔비디아였기에 뉴스거리가 된 바 있다. 최근 폭발적인 주가상승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최고의 기술혁신기업이라는 인식이 일반 대중에게 각인된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기술혁신에 대한 기대감에 미국 사회가 어느 정도 휩싸여 있는지를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왼쪽 사진)과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 AFP, AP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왼쪽 사진)과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 AFP, AP

엔비디아의 최고평판기업 등극은 또 다른 기업을 생각하게 한다. 2023년 액시오스-해리스 조사에서 최고평판기업의 영예를 차지하였고, 그 이전에도 항상 미국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며 최상위의 평판을 누렸던 기업이다. 바로 '파타고니아'이다. 파타고니아는 여러 면에서 엔비디아와는 다른 기업이다. 신성장 기술과는 거리가 먼 전통 의류생산업체이다. 비상장 기업이고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고등학교 중퇴 학력의 히피를 연상시키는 암벽 등반가이다.

파타고니아의 평판은 엔비디아와는 전혀 다른 원천에 기인한다. 1973년 설립된 파타고니아는 이해관계자 중심 경영 모델의 아이콘이다.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이란 슬로건 아래 환경보호를 기업 존재 이유로 내세운다. 이런 부류의 경영철학은 흔히 기업 이미지 세탁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파타고니아는 지난 50년 기업역사를 통해 내세운 경영철학을 실제 경영활동에 접목하는 데 성공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얻어냈다.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로 경쟁기업을 앞서가며 부가가치 창출에도 성공하여 재무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이기도 하다. 이본 쉬나드는 2022년 4조 원 이상 가치의 파타고니아 주식 전부를 환경보호 목적의 재단에 기부하여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파타고니아의 경영철학을 실천하는 조치의 일환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그는 파타고니아의 직원으로서 기업목적에 맞는 제품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를 친환경 기업, 사회적 기업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엔비디아와는 또 다른 유형의 혁신기업으로 보고 싶다. 원천기술의 혁신기업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유형의 기업 패러다임 사례를 내놓아 기업제도의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하였다. 기술혁신과 제도혁신은 자본주의의 조화로운 진화를 이끌어 온 두 축이었음을 상기할 때 엔비디아와 파타고니아의 혁신은 경중에 차이가 없다. 시장경제의 역사는 혁신 기업가가 이끌어왔다. 그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다행이다.


신인석 중앙대 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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