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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무현 때 만든 방사청 힘 빼고, '공룡 국방부' 만든다는 尹 정부

입력
2024.10.15 04:30
수정
2024.10.15 14:3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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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방혁신위원회 3차 회의에서 김관진 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방혁신위원회 3차 회의에서 김관진 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방부가 방위사업청의 연구개발(R&D) 기능을 대폭 흡수하는 방안이 문건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방사청 인력 80명과 전체 R&D 예산의 60%가량을 이관받아, 국방부가 국방 관련 R&D 사업을 주도하겠다는 내용이다. 국방부는 당장 조직 영향력 확대를 기대하지만, 노무현 정부 당시 개청한 방사청은 조직 축소에 따른 '방사청 죽이기'라는 반발이 예상된다.

14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달 '국방부 중심 국방연구개발 거버넌스 구축방안' 문건을 통해 국방 R&D 관련 조직개편안을 확정 지었다. 그동안 국방부는 방사청 위주의 R&D 사업을 국방부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여왔는데,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이 문건 형태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건은 현행 국방 R&D 거버넌스를 국방부를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기능 통폐합 차원에서 방사청에는 무기체계 R&D 기능만 남기고, 방사청 출연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와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를 모두 국방부로 넘기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부에는 국방기술개발업무를 전담하는 '국방기술혁신원(가칭)'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 경우 국방부는 방사청 인력 80명(전체 인력의 5%)과 2025년 기준 방사청 전체 R&D 예산의 64.3%(2조9,834억 원)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 큰 폭의 조직 확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반면 방사청은 무기체계 R&D 외 나머지를 모두 잃게 되면서, 방산수출 등 기존 업무 수행에 상당한 제약은 불가피하다.

방사청은 이 같은 국방부 구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사청은 지난 7월 1일 작성한 '세부 검토 의견서'에서 R&D 기능 이관에 대해 각 기능별로 "업무수행에 제한된다", "효율성 및 대응력 저하", "사업 간 연계성 약화로 긴급 안보현안 신속대응이 곤란하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면서 무기체계 R&D 기능도 "성과물의 체계개발 적용 및 표준화가 곤란하다"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방산 R&D 사업 개편을 두고는 역대 보수 정권마다 추진해온 '방사청 힘 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창설된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방사청 기능을 국방부로 이관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숙원인 2차관 신설에 필요한 조직 확대 차원에서 방사청 조직을 흡수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 의원은 또한 지난해 연구용역을 진행하던 도중 국방부 방침이 급작스럽게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국방부가 작성한 연구용역 제안서에 따르면, 당초 국방부는 '한국형 DIU(미 국방부 국방혁신단)'를 만드는 계획만 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중간보고서에서 돌연 '과업 변경'이 적시되면서, 광의의 국방 R&D 거버넌스 개편으로 사업이 확장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국방 R&D 체계를 국방부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는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든 방사청을 형해화하고 '공룡 국방부'를 만드는 것"이라며 "방위산업의 효율성과 대응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국방부의 권력 구조 강화를 목표로 한 개편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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