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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소 가스와 메탄을 친환경 소재로... 바이오 공정 업그레이드할 합성생물학

입력
2024.10.16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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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지만 주목할 만한 연구 잇따라
인공 미생물로 산업 생산 획기적 개선
핵심기술+파운드리=첨단 바이오 강국

합성생물학을 이용해 친환경 합성 미생물을 생성하는 연구자의 모습을 인공지능이 상상해 그린 그림. 신혜정 기자•달리3

합성생물학을 이용해 친환경 합성 미생물을 생성하는 연구자의 모습을 인공지능이 상상해 그린 그림. 신혜정 기자•달리3

정규열 포스텍 교수 연구진은 2022년 스페인 농업유전체학연구소와 함께 제철소 부생가스 발효산물과 대장균을 결합해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인 ‘이타콘산’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석유계 플라스틱과 달리 재생 가능한 원료로 만들어져 자연에서 잘 분해된다.

이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영향력 있는 논문으로 소개됐다.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은 물론, 온실가스인 산업용 부생가스를 재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이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에는 합성생물학으로 만든 인공효소가 핵심 역할을 했다. 해당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지원하는 글로벌 센터 프로그램에 선정돼 해외 기업과 기술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합성생물학은 유전자(DNA)·단백질·세포 등 생명체의 구성 요소를 필요에 따라 설계하고 인간에게 이로운 인공 미생물 등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질병은 물론 농업생산,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난제 해결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에 비해 합성생물학의 후발주자이지만, 최근 들어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2022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합성생물학연구소는 메탄을 바이오화학 소재로 바꿔주는 인공 미생물을 개발했다. 메탄은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의 약 80배나 되는 강력한 온실가스다. 산업 현장에선 메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고부가가치 소재를 만드는 미생물에 주목해왔지만, 결과물을 얻기까지 수개월이 걸려 생산성이 낮았다. 이에 연구진은 최신 유전자 편집 기술로 인공 미생물을 만들어 생산성을 3배 이상 높였다.

같은 해 한국화학연구원과 포스텍은 인공세포 속 고부가가치 바이오 원료를 세포 밖으로 이동·분비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세포 속 바이오 원료를 얻으려면 세포를 파괴한 뒤 쏟아져 나오는 혼합물에서 특정 물질만 추출해내야 했다. 연구진은 이런 복잡한 공정을 거치지 않고 특정 물질을 세포 밖으로 꺼내는 기술을 개발해 바이오 원료 제조 공정의 효율과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합성생물학으로 조성한 생태계를 활용해 바이오 연료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높인 기술도 나왔다. 올 2월 생명연과 미국 어바나샴페인 일리노이대 공동 연구진은 합성 미생물 생태계의 균주 간 역할 분담을 최적화해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특정 화합물을 우선 생산하는 등의 산업적 응용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산 합성생물학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바이오 파운드리 기반을 구축해 2035년까지 첨단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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