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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밀리듯 만나는 尹-韓... 김건희 여사 거취에 달린 '독대' 성패

입력
2024.10.10 19: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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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재보궐 선거 이후 시점, 장소, 의제 정할 듯
불쾌감 나타냈던 대통령실... 한 대표에 키 넘어간 모양새
김 여사 거취가 최대 의제... 사과 등 결과물 여부에 여권 촉각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2일 체코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공군 1호기에서 내려 환영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2일 체코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공군 1호기에서 내려 환영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독대 요청을 수용했다. 시점은 16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이후로 조율할 전망이다. 성사되면 지난달 24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을 계기로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이번에는 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선거 브로커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을 폭로하면서 윤 대통령은 수세에 몰린 모양새다. 다만 한 대표가 김 여사 사과와 공개활동 자제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어느 선까지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여권에서 가중되는 공멸 위기감 속에 둘의 독대가 출구전략을 모색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최근 참모들이 독대 관련 건의를 여러 번 했고 대통령께서 흔쾌히 수용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11일 귀국하지만 한 대표가 16일 재보궐 선거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구체적인 날짜, 장소, 형식은 선거 이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독대 성사 배경과 관련 “윤 대통령과 한 대표에 대해 자꾸 당정 갈등이라는 오해가 쌓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최근 명씨 논란을 비롯해 나날이 늘어나는 김 여사 관련 악재와 무관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간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에서 독대 성사를 위한 물밑 움직임이 지속돼왔다. 홍철호 정무수석이 8일 친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의 모친상 상가에서 장시간 머물면서 늦게 도착한 한 대표와 만났고 이 자리에서 구체적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에서는 추경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에게 독대 필요성을 설득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앞서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거부하고 시간을 끄는 사이 정치적 부담은 훨씬 커졌다. 김 여사 특검법 표결에서 여당 의원 4명이 이탈한데다 명태균씨의 거침없는 폭로전으로 윤 대통령은 악재가 겹쳤다. 자연히 국정 지지율과 당 지지율은 동반 하락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4%로 2주 전과 비교해 1%포인트 떨어졌다. NBS 조사 기준으로는 취임 후 최저치다. 당 지지율도 1%포인트 하락한 27%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처지로 몰렸다. 하지만 양측의 간극은 여전하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공세를 막을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당정 갈등 해소가 최우선이다. 반면 한 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입장을 바꾸는 데 주력해왔다. 물론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국민 눈높이에 맞춘다면 해묵은 '윤-한 갈등'은 사그라들고 여권은 단일대오로 변모할 수도 있다. 여권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독대를 한 뒤 김 여사가 직접 사과 의미를 표명하는 방안, 국감이 끝나고 11월 중후반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 형식의 자리를 마련해 현재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재판 선고 등 정치적 변수도 여럿"이라며 "양측 모두 머리가 복잡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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