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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강제이별, 가혹행위·성폭력까지... 부산엔 '덕성원 사건'도 있었다

입력
2024.10.10 12:00
수정
2024.10.1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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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유린 '부산 형제복지원'과 유사 사례
진화위, 진실규명 결정 및 국가사과 권고

덕성원 전경. 진실화해위 제공

덕성원 전경. 진실화해위 제공

군사정권 시절 부산에선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렸던 형제복지원 사건과 비슷한 아동 수용시설 인권 유린 사례가 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기 덕성원에선 △가족과의 강제 분리 수용 △미성년자 강제노역 △각종 폭행 및 가혹행위 △성폭력 등의 부조리가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8일 제88차 위원회를 열어 '덕성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신청인 안모씨와 미신청 피해자 45명의 피해 사실이 인정됐다. 덕성원은 1952년 부산 동래구 중동(현 해운대구)에 세워졌고, 만 3~18세까지의 원생들을 보호하는 수용시설이었다. 국가와 부산시 등에서 받는 각종 보조금으로 운영됐다.

멀쩡한 모자 강제분리 만행도

앞서 안씨는 덕성원에서 강제로 수용돼 생활하는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진실 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보건사회부와 부산시 공문, 덕성원 폭행 사건에 대한 내사 종결 자료 등을 분석하며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덕성원이 단속 및 수용 과정에서 가족을 강제로 분리하는 등 인권을 침해한 사실이 확인됐다. 실제 1982년 1월 당시 6세였던 안씨는 어머니와 함께 부산역을 방문했다가 뚜렷한 이유 없이 경찰 단속에 적발됐고, 어머니는 형제복지원 여성소대로, 안씨는 아동소대로 강제 분리 수용됐다. 안씨는 같은 해 7월 덕성원으로 옮겨져 1995년 퇴소 때까지 시설에서 생활했다. 안씨는 현재까지도 어머니의 생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덕성원 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 보고 중 일부. 교육상 필요해 매를 때린 사안으로 범죄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진실화해위 제공

덕성원 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 보고 중 일부. 교육상 필요해 매를 때린 사안으로 범죄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진실화해위 제공

덕성원에선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강제노역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원생들은 농작물 수확, 파리 잡기, 거름주기 등 작업 할당량을 부여받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구타를 당하거나 단체 기합을 받았다. 공사 현장에 동원되거나 원장 자택에서 집안일을 처리하기도 했다.

구타, 가혹행위, 성폭력 정황도 드러났다.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원장의 장남은 당시 아무런 이유 없이 남자 원생들을 집합시켜 폭행하거나, 원생들끼리 싸우도록 한 뒤 이를 지켜보며 즐기는 행동을 반복했다. 어린 남자 원생들을 자루에 넣어 지붕에 매단 뒤 무차별 폭행하기도 했다. 또한 원장과 직원의 아들 등은 상습적으로 남자 원생들을 성추행하고 여자 원생들을 성폭행했다고 한다.

경찰의 비호 의혹도

이 외에도 덕성원은 특정 종교를 강요하고 원생들의 돈을 빼앗기도 했다. 설립자 서모씨와 원장은 원생들에게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를 강제로 믿게 하는 과정에서 성경 구절 암기를 강요했고, 토요일은 안식일이라는 이유로 학교를 가지 못하게 했다. 퇴소 시 받아야 하는 자립정착금을 빼돌리거나 피해자들이 음식점·공장 등에서 일해 받은 급여를 빼앗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이런 인권 침해에 침묵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덕성원에서 발생한 구타 및 가혹행위를 경찰에 여섯 차례 신고했으나, 출동한 경찰관은 신고자 조사나 피해 사실 파악 없이 원장의 말만 듣고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성원을 퇴소한 피해자가 1989년 원장을 상대로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했을 때도, 교육상 필요한 조치였다는 원장 진술을 근거로 "범죄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내사 종결 처리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는 "덕성원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인권침해 사실을 묵인·방조한 점을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국가에 권고했다. 이어 신청인은 물론 미신청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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